전국에 도박 광풍을 몰고온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24일 입법예고된 경품용 상품권 폐지방안(경품취급기준 고시)에 성인오락실업주들이나 상품권발행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인과응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품권 제도 도입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성인오락실업계의 대정부 압력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오락실에서 문화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처음 허용한 것은 문화관광부의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 고시가 시행된 지난 2002년 2월9일부터다.
문화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던 성인오락실 관련 업무가 1999년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문화부로 넘어왔다. 새 법 시행으로 기존 오락기들은 모두 재심의를 통해 등급을 다시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 오락기는 대부분 개·변조한 불법기기들어서 새 기기로 교체하느라 오락실 업주들의 부담이 컸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 오락실 업주들이 날마다 시위를 하는 등 집단적 반발이 매우 컸다”며 “상품권 제도 도입은 업계의 요구였으며, 업계를 달래고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200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품권제도의 구조적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부터 스크린 경마가 유행하면서 상품권 수요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른 확률게임들도 개·변조를 통해 사행성을 높이면서 순식간에 ‘딱지 상품권’(가맹점 없이 ‘환전’만을 통해 유통되는 상품권)이 범람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문화부는 2004년 12월31일 딱지 상품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인증제를 도입했지만, 인증된 상품권의 절반이 ‘딱지’인 것으로 드러나자 이를 취소했다. 2005년 7월6일에는 지급보증 등의 보완책을 담아 지정제로 전환했다. 경품용 상품권이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근본적 대책 대신 임시변통으로 일관하다가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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