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파 등 부산 조폭들에 8700여대 직접 공급
검찰, 영등위 심의위원에 로비 의혹도 수사
검찰, 영등위 심의위원에 로비 의혹도 수사
바다이야기·황금성 제조업체에 이어 국내 3대 성인오락기 제조업체의 대표가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부산·경남 지역을 거점으로 한 이 업체는 칠성파 등 부산 지역 조직폭력배들에게 성인오락기를 직접 공급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어온 사실(<한겨레> 7월26일치 1·3면)도 드러나, 오락기 제조업자와 대형 조직폭력배 사이의 유착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부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정중택)는 28일 사행성 성인오락기를 제조·판매하고, 이 오락기로 성인오락실을 직영한 혐의로 ㈜엔지지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문아무개(35)씨를 구속기소하고 불법수익 81억여원을 몰수추징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야마토’ 계열 성인오락기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뒤 예시와 승률변동 방식의 연타 등 사행성 기능을 넣어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이들 성인오락기로 부산에서 성인오락실 4곳을 직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문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불법 개변조한 성인오락기 8757대를 115개 성인오락실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부두목 강아무개(52)씨 등 두 명이 문씨한테서 기계를 공급받아 불법 사행성 성인오락실들을 운영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강씨 등을 구속했다. 성인오락기 제조업체가 조직폭력배와 직접 거래한 것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씨는 ‘칠성파’뿐만 아니라 ‘신20세기파’ ‘서면파’ 등 부산의 주요 조직폭력배들에게 성인오락기를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에게 오락기를 공급한 것은 확인됐고, 헐값 공급 여부 등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씨가 영등위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업체가 영등위 아케이드게임소위 예심위원의 친인척을 임원으로 고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심의 과정의 비리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문씨가 오락기 심의와 관련해 부산 출신의 한 전직 영등위 아케이드게임 심의위원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상품권 업체 지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의 전 간부와 이 단체 임원을 겸했던 상품권 업체 대표, 상품권 후발업체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기업체 사장 등 3~4명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서울지검은 또 이날 상품권 업체와 브로커의 자택 등 4~5곳을 압수수색했다. 부산/최상원 유신재, 김태규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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