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ㆍ김민석 로비창구로 지목…검찰 수사 ‘탄력’
검찰이 게임장 업주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 김민석 회장을 30일 전격 체포함으로써 김 회장이 안다미로 김용환 대표와 함께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김 회장이 사행성 게임 `황금성' 제조사인 현대코리아 측의 금품로비를 받고 영등위에 등급분류 청탁을 한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영등위 로비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환 대표가 상품권 비리의 핵심 인물로, 김민석 회장은 영등위 로비 의혹의 장본인으로 드러난 것이어서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이들 두 사람의 비리 행적에 맞춰지는 형국이다.
◇ 로비 혐의 포착 = 김 회장은 29일 밤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자택에 들이닥치자 각종 서류장부를 찢고 컴퓨터 보조기억장치인 USB를 집 밖으로 내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하다가 체포됐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급히 숨겨야만 했던 비리의 증거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르면 내일 중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해 김씨에 대한 혐의가 이미 상당부분 입증됐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등급분류 심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청탁을 받고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포착함에 따라 최대 게임 관련 이익단체 대표인 김 회장이 영등위의 심의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당장 황금성 게임기의 심의를 맡았던 영등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확대도 불가피하며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조사로 곧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3년부터 한컴산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업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고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해내기 위해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작년 4월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이 발의한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담은 법률안 통과를 저지하려고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실제 김 회장과 업주들이 원하던 대로 문광위에서 자동 폐기 됐다.
김 회장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뒤 업주들을 규합해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공언하는 등 사태의 본말을 뒤집으려고 한 점도 검찰이 김씨의 체포영장을 서둘러 발부받아 신병확보에 나선 요인으로 꼽힌다.
◇ 김용환-김민석 `쌍끌이' 로비(?)= 김용환 대표와 김민석 회장은 모두 상품권 인증제 도입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이들이 문화관광부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등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는지가 검찰의 핵심 수사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상품권 인증제 도입 등 상품권 정책에 두 사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문이 그럴 듯 하게 회자되고 있다.
두 사람이 2004년 말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되는 과정에 김용환 대표는 상품권 발행업체로서, 김민석 회장은 게임장 업주 대표로서 두 사람의 이익이 맞아떨어졌고 상품권이 사행성 게임의 경품으로 정착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
김 회장은 한컴산 회원들에게 상품권 제도야말로 게임장 업주들을 위한 최상의 제도라는 취지로 수차례 이 제도의 도입 및 유지.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실제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회원들에게 거듭 밝혀왔다.
김용환 대표는 상품권 인증제 도입을 앞두고 문화부 간부에게 억대의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작년 초 경찰에서 내사를 받은 적이 있으며 검찰이 이 내사 자료를 확보해 재검토할 예정이어서 당시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 곧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문화부 등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검찰은 또한 한컴산의 전직 고위 간부가 올해 초 상품권 발행 업체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업체마다 수억 원을 거둬 로비 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받은 점으로 미뤄 김회장이 이 전직 간부와 마찬가지로 상품권 발행업체들과 검은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할 방침이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