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당방위” 판결
위법한 수사에 항의하며 검사를 폭행했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아무개(48) 변호사는 2003년 1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정아무개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안아무개(32)씨가 전화로 “검사가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고 있으니 여기서 데리고 나가 달라”고 하자 검사실을 찾아갔다. 안씨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검찰청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사는 바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은 것이다.
박 변호사는 정 검사에게 “안씨는 참고인 조사를 한다고 해서 응했다. 안씨를 피의자로 조사하는 것에는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안씨에게 검사실에서 나가라고 지시했다. 안씨가 나가려 하자 정 검사는 “지금부터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고 안씨를 몸으로 막았다. 이에 박 변호사는 정 검사를 팔로 밀어 넘어뜨려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혔다. 박 변호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해)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8일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자진출석한 안씨를 긴급체포하려 한 검사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고,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박 변호사가 안씨의 체포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검사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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