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빼돌려 만든 비자금을 차명계좌에 보관했더라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범죄수익’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일 회사의 법인 계좌에서 빼낸 8여억원을 차명계좌에 보관하는 등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ㄷ제약 오아무개(73) 전 대표이사 등의 상고심에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횡령죄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횡령 행위로 생긴 재산을 범죄수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범죄수익법 상 범죄수익이라고 할 수 없다”며 “변칙 회계처리를 거쳐 인출한 회사 자금이나 이를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 중인 자금은 아직 횡령의 범죄행위가 성립되기 이전 단계의 것이어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오씨 등은 리베이트 비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내 쓴 혐의 등으로 2004년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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