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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1호 우주인 도전한 60대 청춘 2인

등록 2006-09-18 19:35수정 2006-09-19 11:55

대한민국 제1호 우주인 선발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3만6206명의 지원자 가운데 지난 2일 실시된 3.5㎞ 달리기 테스트를 통과한 3176명이 17일 필기시험을 치렀다.

과학기술부는 앞으로 몇차례 시험을 더 거쳐 2007년 1월 최종 후보 두명을 선발하고, 이 중 한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할 자격을 얻게 된다.

17일 필기시험 응시자 가운데는 정재은(67)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일(60) 변호사가 들어 있었다.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두 사람이 60대의 나이에 우주인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령 응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손자·손녀에게 우주얘기 들려주고파”

응시자 가운데 최고령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은 “반세기 만에 시험지 앞에 앉는다”며, 시험 시작 전부터 1교시 과목인 ‘영어 듣기’를 위해 보청기를 만지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교시 시험 뒤 20분간 쉬는 시간에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리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그는 2교시 과학 상식을 알아보기 위한 적성검사까지 끝난 뒤 시험장 밖으로 나왔다. 승용차를 타러 가는 동안 기자들이 “시험이 어땠느냐”고 묻자 “어려웠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우주인에 선발되면 뭘 보고 싶은지와 지원 동기를 묻자, “볼 거 많죠.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손자, 손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2일 3.5㎞ 달리기 테스트를 통과한 뒤에도, 그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번 우주인 선발은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열심히 뛰었고, 필기시험에 대비해 영어 공부도 다시 할 겁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전자·삼성전관 사장, 삼성항공·삼성종합화학 부회장을 거친 삼성의 대표적 이공계 CEO다. 그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사위로, 지난 69년 이 회장의 막내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결혼했다. 97년 신세계가 삼성에서 분리되자 조선호텔 회장을 맡으며 이명희 회장과 함께 신세계를 이끌어 왔다.

그는 지난 7일 신세계 보유 지분 147만4571주 전량(7천억원 상당)을 아들 정용진 부사장과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했다. 두 자녀가 내야 할 세금은 3500억원으로 지금까지 이뤄진 재계 총수 일가의 상속·증여세 가운데 최고 금액이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인권변호사 박용일씨
“밥 문제 고민하면서도 우주 잊지 않았다”

강원도 두메의 한 소년은 별이 좋았다.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산등성이를 3개 넘어 10여리를 다닌 산길도 소년에겐 고행이 아니라 별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일 뿐이었다. 1966년 대학 입학 전까지 강릉·부산·서울로 쉼없이 이사다녔던 ‘역마살’의 세월에도 ‘별과 우주에 대한 궁금증’은 소년의 마음에 변치 않는 거처였다.

그 소년이 8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의회 펠로 자격으로 같은 해부터 4년 동안 지낸 시간은 꿈이 현실이 되는 기간이었다. 소년은 일을 돕던 하원의원을 따라 미 항공우주국(NASA) 관련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최신 연구자료를 섭렵했다. 의원의 지역구인 하와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마우나로아산 천문대에도 올랐다. 소년이 자주 찾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워싱턴 본부의 천문자료는 또다른 의미의 ‘천문대’였다.

소년은 85년 조국에 돌아왔고 87년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다. 그해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 선거운동본부 활동을 시작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을 거들었고, ‘한겨레 민주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소년은 한동안 ‘지상과 밥의 문제’를 화두로 살았다.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이 대통령이나 장관이 된 세상이 왔지만, 올해 예순이 된 소년은 다시 ‘지상을 떠날’ 우주인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박용일 변호사는 “3.5㎞ 달리기는 젊은이보다 기록이 낫지만, 지난 17일 치른 상식시험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좀더 체류했더라면 86년 챌린저호 탑승에 도전했을 것”이라며 “별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한 존재인 우주를 사유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라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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