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뽑힌 주선회 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주선회 재판관 권한대행으로
헌법재판소장 공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법률적 맹점을 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를 후보자 교체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중견판사는 “헌법재판소장이 당연히 헌법재판관이 된다는 건 양식이 있는 법조인이나 헌법학자는 다 알고 있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재판관 중에서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재판관에서 사퇴한 전 후보자를 곧바로 헌재소장으로 지명한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988년 조규광 변호사가 초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될 때, 국회에서도 ‘재판관 중에서’라는 문구를 놓고 조 변호사를 먼저 재판관으로 지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됐으면 당연히 재판관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리된 사례도 있었다.
전 후보자를 남은 임기 3년 동안만 소장으로 임명했다면 이것이 오히려 위헌 시비를 낳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전 재판관이 대통령이 지명한 헌재소장을 겸임하게 돼,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재판관을 3명씩 지명하는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이런 문제들을 감안해 청와대가 헌법 정신에 맞게 전 후보자를 소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 전 후보의 지명을 일단 취소하고 재지명하자는 의견도 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정치공세이기는 하지만, 헌법 해석을 둘러싼 법리 문제로 사안이 커진 만큼 지명을 취소하고 지명을 다시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대체로 절차적인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고 이를 정치공세화하는 정치권에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청문회 주체가 ‘특위냐, 법사위냐’라는 절차적인 문제를 사전에 챙기지 못한 국회에 책임이 있는데, 이것은 국회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일 재판관이 8명이 모두 참석한 재판관회의를 열어 전원일치로 주선회 재판관을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주 재판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0월부터 재판이 정상적 절차에 따라 평상시와 똑같이 진행돼 파행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이번 사태가 헌재가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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