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대가 8천만원 받았는데 ‘벌금형’ 선고
피고소인에게 법원과 검찰에서 로비를 해주겠다며 8천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문용선)는 25일 국정원 직원 윤아무개(36)씨에게 벌금 1천만원에 추징금 8천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죄질이 좋지 않지만 피고인의 나이 등에 비춰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직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해임되지만 벌금형일 땐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윤씨는 피고소인과 전부터 아는 사이라 다른 변호사법 위반자와 달리 먼저 접근하지 않은 점을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며 “비슷한 액수의 변호사법 위반자들이 대부분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원에서 해임되는 형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형사사건에 관여할 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보통 1천만원이 구속 기준”이라며 “8천만원 정도의 거액일 땐 대부분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검사와 상의해 이달 28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씨는 2003년 8월부터 돈거래를 해오던 주식투자 전문가 김아무개씨가 올 1월 한 회사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하자 “법원·검찰에 청탁해 무혐의나 무죄를 받게 해주겠다”며 8천만원을 받았다. 이 사건은 올 7월 이 법원 형사단독부에 배당됐으나 법원이 중요사건으로 판단해 합의부로 재배당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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