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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터넷 심부름카페 ‘음지 독버섯’

등록 2005-03-07 18:27수정 2005-03-07 18:27

아기엄마 암매장 등 묻지마 범죄

‘납치에서 살인까지.’

지난 1월 거짓으로 임신했다고 속여 결혼을 하려던 김아무개(36·여)씨는 심부름 업체에 ‘아이를 구해 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넣었다. 이에 심부름 업체는 아기를 납치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기 엄마를 죽여 암매장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억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인터넷 심부름 업체에 부인과 자식을 죽여달라고 부탁한 30대 가장이 붙잡혔다. 심부름 업체는 ‘살인·폭력 등 무엇이든 해결’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심부름 업체가 살인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 심부름 업체들은 ‘고객’의 접근이 쉽고 거래가 은밀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창궐’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2주동안 경찰이 불법 심부름 업체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청부살인(2건) △폭력배를 통한 불법 채권추심(99건) △개인정보 유출(84건) △사생활 침해(61건) 등 전국적으로 302건에 업자와 의뢰인 등 511명이 불잡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 조사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불법행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카페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모의 등 불법행위와 음란행위 등의 이유로 카페 접근을 차단하는 ‘블라인드’ 및 ‘개설자 아이디 제재’ 조처가 취해진 건수는 월평균 1373건에 이른다. 다음 쪽은 정상적인 카페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부름 업체 특별 단속기간을 2주 더 연장한 경찰은 7일 정보통신부와 다음·엔에이치엔 등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참여한 가운데 민관 합동으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심부름 업체 등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발제자로 나선 다음의 유창하 법무팀장은 “적극적인 카페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교수 아버지를 죽여달라”의뢰

어머니 부탁받은 아들이 인터넷 심부름센터에 청부

억대 빛 어머니는 자살
명대졸 아들은 혐의부인
아버지는“선처탄원”

어머니와 짜고 인터넷 심부름 업체에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부탁한 아들이 붙잡혔다. 남편을 청부살인하려 했던 어머니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단계 판매에 손을 댔다가 억대의 빚을 진 박아무개(49·여·사망)씨는 지난해 12월29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된 ‘제거전문킬러’ 심부름센터 카페에 접속해 “남편을 죽여주면 장례식이 끝나고 3일 뒤 1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하며 착수금 240만원을 건넸다.

유명 국립대 교수인 남편 김아무개(51)씨가 지난해 11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박씨가 다단계 판매에서 진 빚과 카드빚 등 1억3천만원의 채무를 갚아준 뒤 평소 씀씀이가 컸던 박씨의 신용카드를 뺏은 것이 화근이었다. 돈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더니 결국 박씨와 김씨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게다가 박씨에게는 남편이 모르는 빚 8천만원이 더 있었다. 박씨의 남편은 당시 여러 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할 경우 최대 2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가족들이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씨는 결국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심부름 업체에 청부살인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박씨의 어이 없는 행동은, 아들까지 끌어 들이며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경기도 군포의 한 회사에 다니던 아들 김아무개(24)씨는 올해 초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죽이자’는 기막힌 제안을 받았다. ‘돈 문제로 아버지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어머니를 동정하던 아들 김씨는 결국 박씨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심부름 업체에 아버지의 출퇴근길·주차위치 등 ‘살인’에 필요한 정보를 넘겨 주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범죄는 심부름 업체 운영자인 김아무개(29)씨가 다른 청부살인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들통이 나고 말았다. 결국 박씨는 ‘살인청부 고객명단’을 확보한 경찰의 수사가 조여오자 지난달 28일 집에서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7일 아버지를 청부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해 예비·음모)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처음 진술과 달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혼자 남게 된 아버지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끌려 다닌 것 뿐, 나를 죽이려는 나쁜 뜻은 없었다”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내는 애틋한 부정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길윤형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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