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 자〈조선일보〉에 실린 ‘국민행동본부’의 광고
국민행동본부, 조선일보 27일치에 5단 통광고
“노무현 정권은 내란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조, 가담하고 있으며 역적모의의 후원자가 현직대통령이고 국군통수권자이다.”
명예훼손을 넘어선 형사처벌 대상인가,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인가.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가 27일 조선일보에 낸 광고가 물의를 빚고 있다.
27일 조선일보 사설이 실린 35면에 실린 이 광고는 현직 대통령을 “역적모의의 후원자”로 지칭하고 국무총리를 “친북활동으로 구속되어 실형을 살았고 그의 남편은 북한의 지하당이었던 통일혁명당 간부로 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조선민족해방투쟁의 후원자가 노정권입니다’라는 제목을 단 이 광고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보상위원회)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에서 공산혁명활동을 했던 38명을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하여 막대한 국가예산으로 이들의 대한민국 전복활동에 대해 보상, 지원, 기념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며 “국가를 폭력으로 뒤엎고 공산당 세상을 만들려 한 행위를 칭송하는 정권은 ‘공산정권’입니까”라고 정부를 공격했다.
또한 “국가이념을 파괴하는 민보상위를 문책해야 할 국무총리는, 친북활동으로 구속되어 실형을 살았고 그의 남편은 북한의 지하당이었던 통일혁명당 간부로 활동하다 10여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지금도 반미 활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를 지킬 세력은 우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광고는 “노무현 정권은 내란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조, 가담하고 있으며 역적모의의 후원자가 현직 대통령이다”며 “이런 대통령을 내란죄, 외환죄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광고는 “적화되는 조국을 구출하기 위해 우리도 목숨을 걸고 일어납시다”는 문구로 끝을 맺었다.
서정갑 본부장 “남파 간첩이 국가유공자가 되서는 안된다”
광고를 낸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27일〈한겨레〉와의 통화를 통해 광고의 내용이 “이상 없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우리는 사실에 입각해서 모든 광고문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국민들의 혈세를 대한민국을 뒤엎겠다던 이적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북활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국가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대통령이 말리지 않는 것 자체로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귀결된다”며 “남파 간첩이 국가유공자가 된다면 6.25때 전사했던 사람들은 반역자가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서 본부장은 대통령을 ‘역적모임의 후원자’로 칭한 것에 대해 “한 문맥만을 보지 말고 문구 전체를 놓고 해석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명예훼손 등으로 법률적인 대응을 하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 “좌파세력들은 능히 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법적으로 대응해오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보상위원회 “무대응이 상책”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보상위원회)는 이 광고에 당황한 모습이다. 민주화보상위원회는 일부 보수언론과 극우단체들이 남민전 관련자들에 대한 보상 결정을 비난하자,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남민전을 이적단체로 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유신체제를 타파할 목적으로 이 단체에 가입·반유신 활동을 한 자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남민전사건을 정부가 수사의 단서만을 가지고 성급하게 ‘간첩단사건’으로 발표하여 안보위기의식을 조장한 것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14일의 경찰청 과거사위 중간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반국가단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민주화보상 심의위원회의 판단과 양립할 수 없는 결론은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화보상위원회 윤건열 사무관은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극우 단체가 친북좌경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사무관은 “오히려 적극적 대응을 하면 문제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교수 “명예훼손·모욕죄는 적용 가능”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조 교수는 “극우 단체는 소송을 걸어오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청와대에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소송을 걸어올 경우 극우 단체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의 세를 불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현행 형법상 처벌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충분히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등의 적극적 대응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쪽에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극우단체를 고발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고, 또한 막상 소송을 했다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와 같은 민감한 문제들이 걸려 있어 법리논쟁은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지적이다.
하지만 국가예산을 쓰는 일부 군단체들이 이러한 발언을 할 경우에는 횡령·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교수는 “만약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는 군인관련 단체에서 국가예산으로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광고를 냈다면 횡령과 배임의 차원에서 법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대규모 옥외집회 전여옥·송영선 의원도 참석
지난 8일 오후 3시 국민행동본부는 ‘대노무현 최후통첩 100만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노무현 정권은 생각을 바꿀 정권이 아닌 만큼 전국민이 4.19처럼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노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회에는 국민행동본부 회원과 전여옥, 송영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 서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에 내란·외환죄 혐의 고발’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지난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인 ‘조갑제닷컴’을 통해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이면서도 이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복하려한다”며 “노 정권이 펴온 수많은 반헌법·반국가적 정책들을 종합해 볼 때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언동이 형법 제93조의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경우라고 의심할 수 있다”고 주장해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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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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