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에 300만원씩 주고 회식비 등으로 써
경기 성남시의 ㅅ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들이 1억원대의 불법 찬조금을 모아 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마련된 찬조금은 3학년 담임교사에게 300만원씩 전달됐고, 교사들의 단체회식비 등으로도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ㅅ고등학교에서 2003년 3학년 담임교사 총무를 지낸 ㄱ아무개 교사는 7일 “3학년 학부모들 400여명이 1인당 30만원씩 모두 1억2천여만원을 찬조금으로 모아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임의로 돈을 걷어 교사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법 찬조금으로 간주된다.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서는 ‘학교발전기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발전기금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통해 조성되고 학교발전기금회계로 관리돼야 한다.
ㄱ교사 말로는, 1억2천만원 가운데 약 3900만원이 ‘자율학습 감독비’라는 명목으로 3학년 담임교사들한테 1인당 300만원씩 전달됐다고 한다. 또 약 3900만원이 학생들 간식비로 사용됐고, 1천만~2천만원은 3학년 담임교사 운영비로 지원됐다. ㄱ교사는 “나머지 약 2천만원은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교사는 “교사로서는 오랜 관행이 된 촌지(자율학습 감독비)를 거부하는 일이 매우 성가시고 어렵다”고 말했다. 자율학습 감독비를 받기를 거부했던 한 교사의 경우 졸업식날 반장 어머니가 몰래 책상 서랍에 300만원이 든 봉투를 두고 갔다. 이 교사는 졸업식 이후 학생들을 모두 모아 이 돈으로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상품권 등 선물을 나눠줬다.
다른 교사들은 학생들 졸업여행 비용에 이 돈을 보태는 방법으로 촌지를 돌려줬다. ㄱ교사는 “어느날 회식 때문에 자율학습에 조금 늦게 들어갔더니 학생들이 ‘감독비도 받았는데 이렇게 부실하게 해도 되느냐’며 항의하더라”며 “어렵게 300만원을 거절했는데도 학생들이 모든 선생님들은 ‘촌지 받은 사람’으로 여겨 몹시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학부모들이 모은 돈은 3학년 담임교사 운영비로도 들어갔다. ㄱ교사는 “2003년에는 내가 여러 차례 거절한 탓에 800만원만 운영비로 들어왔지만 보통 2천만원 정도가 들어오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운영비는 학부모들이 모은 돈과 졸업앨범을 찍는 사진관에서 돌려주는 돈 약 170만원, 수능 모의고사 평가기관에서 ‘시험감독비’ 명목으로 주는 320만원 등 모두 2500만원 규모다. 이 돈은 교사들의 식사비, 회식비, 외유비 등으로 쓰였다.
이에 대해 ㅅ고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율학습이나 모의고사 때 돈을 모아 학생들에게 간식을 사주는 것으로 알지만 자율학습 감독비 등은 잘 모르겠다”며 “학부모들이 3학년 담임교사들에게 운영비로 그렇게 많은 돈을 지원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남지회는 “200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ㅅ고에서 역시 30만원씩 찬조금을 거뒀다는 학부모들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검찰이 철저한 수사에 나서 불법 찬조금과 촌지를 주고받는 관행을 뿌리뽑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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