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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년엔 아빠랑 꼭 고향 평양에 가자”

등록 2006-10-03 18:12

지난해 ‘아리랑’ 공연 보러 간 북한서 태어나
보안법 위반 도피 8년 아빠 낯설어해 눈물
“자기 이름에 담긴 소망 이룰 사람 됐으면”
10일 첫돌 맞는 ‘통일둥이’ 윤겨레양

아빠의 첫 인사는 “2006년 생일은 아빠와 같이 평양에서 보내자”였다. 얼굴을 비빌 수도, 체취를 느낄 수도 없는 영상편지였지만, 태어난 지 삼칠일하고도 사흘 만에 처음 본 아빠는 그렇게 약속했었다. 겨레(1)의 돌잔치는 오는 10일로 다가오지만, 아빠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에서 태어난 남한 아이 겨레가 3.36㎏에서 9㎏으로 자란 지난 1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배자’ 족쇄를 찬 아빠 윤기진(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의장)씨 도피생활은 8년으로 늘었다.

겨레는 꼭 1년 전 엄마 황선(민주노동당 언론국장·당시 통일연대 대변인)씨가 할머니 김종숙씨·할아버지 윤범노씨와 함께 북한의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보러 평양에 갔던 중 태어나 ‘통일둥이’란 소망어린 별명을 얻었다. 언니 민(2)의 이름을 한글로 푼 겨레란 이름엔 남과 북이 한핏줄을 타고난 한 동포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출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지난 6월 광주에서 열린 ‘6·15 통일대축전’을 취재하러 온 북한 기자들이 “내가 평양삼촌이다” “내가 평양 할아버지다”라며 겨레를 얼러준 일이 엄마 황씨에겐 “겨레에게 고향 분들을 남녘에서 만나게 해 준 희망으로 가득 찬 기억”이란다.

하지만 남의 눈을 피해서만 볼 수 있는 탓에 겨레와 아빠가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 현실이 황씨는 가슴 아프다. 두달 전 연세대에서 열린 ‘8·15 통일대축전’이 가장 최근이었다. 겨레는 ‘낯설기만 한 아저씨’인 아빠에게 끝내 안기지 않았다. 얼마 전 아빠는 한밤중 집으로 전화를 걸어 할머니에게 “겨레 많이 컸죠? 많이 보고 싶네요”라며 눈물을 쏟고 말았다.

겨레는 분단도, 국가보안법도, 수배와 도피도 무슨 말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황씨는, 겨레가 민이만큼 자라 아빠의 부재 아닌 부재를 인식하고 “아빠 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일이 상처가 될까봐 조금씩 두려워진다. 하지만 “어떻게 태어난 겨레인데, 어떻게든 잘 키워야 된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할머니·할아버지 덕분에 힘을 얻는다.

겨레의 첫돌을 맞는 엄마 황씨의 마음은 이렇다. “겨레가 밝고 건강한 사람, 자기 이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되 그 이름을 고맙게 여기고, 거기 담긴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겨레와 민이가 상처받기 전에 애들 아빠가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가족이 겨레의 고향에 자유롭게 놀러 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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