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0월28일 건대서 벌어진 ‘반 독재 시위’
최악의 진압·최다구속 등 학생운동사 역사적 사건
최악의 진압·최다구속 등 학생운동사 역사적 사건
[이사람] 20돌 앞둔 건대항쟁 기념사업회 김석 위원장
사흘 밤, 나흘 낮 66시간55분 동안이었다. 1986년 10월28일. 서울 건국대에서 반독재 시위를 벌이고 있던 대학생들은 경찰의 집회 해산을 피해 닥치는 대로 캠퍼스 곳곳으로 몸을 숨겼다.
본관, 학생회관, 사회과학관, 이과대학, 중앙도서관 등으로 피신해 ‘타의에 의한’ 점거농성에 돌입한다. 사흘 뒤, 작전명 ‘황소 30’ 경찰 진압이 시작됐다. 연행 1447명, 구속 1288명. 재산피해 23억여원. ‘건대항쟁’은 이렇게 제1막을 내렸다.
20돌을 맞는 ‘10·28 건대항쟁 2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김석(41) 수석위원장은 “당시 사건은 최대 규모의 시위, 최악의 강제진압, 최다 구속 등 한국학생운동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언더써클 선배를 통해 우리 학교에서 연합집회가 진행되리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밤을 새면서 플래카드와 화염병을 만들었어요.” 철학과 2학년 때였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당시 집이 군포여서 지척이었는데, 거기서 마흔을 훨씬 넘기신 아버님이 목사안수를 받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어요. 조그마한 개척교회를 하시는 아버지한테 ‘공산혁명분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퍽 당혹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는 100일간 구금 후 석방됐지만 선뜻 학교 가기가 두려웠다. 운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김씨는 곧 고민을 털어낸다.
친구들에 대한 의리와 불의에 대한 투쟁의지 덕택이었다. 그는 “휴머니즘이 운동의 출발점이자 원동력”이라며 “어떤 이들은 감상주의자 혹은 쁘띠부르주아적 태도라고 비판하지만 지금까지 이 신념은 변함없는 신조”라고 했다.
사건발생 4년 만에 결성된 ‘10·28 건대항쟁 계승사업회’ 초대 회장을 맡아 87년 공안당국에 의해 훼손됐던 ‘건대항쟁 기림상’을 건립한 김씨는 올초 다시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95년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8대학에서 〈라깡의 욕망하는 주체개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작년 3월 귀국해 모교인 건국대와 충북대에서 철학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건대항쟁은 이듬해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과 4·13호헌 철폐투쟁 등을 거치며 6월항쟁의 뿌리가 됐다”고 말한다. “세상이 많이 변해 건대항쟁이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되찾는 게 당시의 시대정신이었지요. 20돌 기념행사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건대항쟁이 이후 한국사회 특히 대학사회와 민주화 운동진영에 끼친 영향을 진지하게 모색하려고 한다”며 “계승할 건 계승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면서 새로운 20년을 맞고 싶다”고 했다. 준비위원회는 26일 ‘노래패 출신 졸업생·재학생 민중가요 부르기’, 28일 기념식과 함께 사진전, 공개좌담회 등을 마련한다. 김씨는 “10·28항쟁에 참여한 당시 학생들과 현재 재학생들이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행사의 주목표”라며 “과거를 기념하고 회고하는 것보다 현재적인 의미를 되살리고 미래 우리사회의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95년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8대학에서 〈라깡의 욕망하는 주체개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작년 3월 귀국해 모교인 건국대와 충북대에서 철학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건대항쟁은 이듬해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과 4·13호헌 철폐투쟁 등을 거치며 6월항쟁의 뿌리가 됐다”고 말한다. “세상이 많이 변해 건대항쟁이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되찾는 게 당시의 시대정신이었지요. 20돌 기념행사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건대항쟁이 이후 한국사회 특히 대학사회와 민주화 운동진영에 끼친 영향을 진지하게 모색하려고 한다”며 “계승할 건 계승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면서 새로운 20년을 맞고 싶다”고 했다. 준비위원회는 26일 ‘노래패 출신 졸업생·재학생 민중가요 부르기’, 28일 기념식과 함께 사진전, 공개좌담회 등을 마련한다. 김씨는 “10·28항쟁에 참여한 당시 학생들과 현재 재학생들이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행사의 주목표”라며 “과거를 기념하고 회고하는 것보다 현재적인 의미를 되살리고 미래 우리사회의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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