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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매매 피해 말기암 30대 여성 끝내 하늘로

등록 2005-03-08 18:55수정 2005-03-08 18:55

지난해 11월17일 오후 지방의 한 병원에서 윤정자(가명)씨가 경찰청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전화 국번 없이 117) 소속 여자 경찰관의 손을 잡고 피해상황을 말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11월17일 오후 지방의 한 병원에서 윤정자(가명)씨가 경찰청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전화 국번 없이 117) 소속 여자 경찰관의 손을 잡고 피해상황을 말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쪽눈 못감은 회한의 이별

항암제 보험 안돼 치료 제대로 못받아

업주의 성매매 강요로 제대로 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해 사경을 헤매던 윤정자(36·사진·가명)씨가 지난 7일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서울 원자력병원에서 자궁경부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5개월 만이다.(▷〈한겨레〉 2004년 11월19일치 9면 참조)

8일 윤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윤씨의 남편 김정재(43·가명)씨는 “죽기 직전 아내가 ‘그동안 돌봐줘서 고맙다’며 볼에 뽀뽀를 해줬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윤씨는 이승에서 못다 푼 한과 못다 이룬 꿈이 많아서인지 죽을 때도 한쪽 눈을 감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앓아눕는 바람에 정처없이 방황하던 김씨는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에 ‘손님’으로 갔다가, 윤씨를 알게 됐다. 당시 끊임없이 계속되는 하혈로 고통스러워하던 윤씨는 친오빠처럼 다정한 김씨에게 “이곳에서 빼내달라”고 부탁했고, 김씨는 카드빚을 내가며 2천만원을 물어주고 윤씨를 구해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사랑했던 윤씨와 혼인신고도 올리지 못했다.

윤씨는 성매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02년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에 가려 했지만, 업주가 허락하지 않아 3년 동안 제대로 된 종합검진 한 번 받지 못했다. 탈출한 뒤 찾아간 병원에서는 “악성 종양이 자궁에서 시작해 질과 방광에까지 퍼졌다”며 “앞으로 3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사형 선고를 내렸다.

윤씨의 가족들은 “늦게나마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면 생명을 좀 더 연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열했다. 성매매 피해여성 인권보호단체인 ‘다시함께센터’는 국무총리 산하 복권관리위원회로부터 성매매 여성 치료 자금 300만원을 지원받아 윤씨의 가족들에게 건넸지만, 지난 1월4일 치료비가 바닥나 치료가 중단됐다.

김씨가 지인에게 200만원을 급히 빌려와 지난 1월20일 경찰병원에 다시 입원했지만, 꺼져가는 목숨을 살리진 못했다.


윤씨는 올해 초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지정됐지만, 정작 필요한 항암제는 보험 처리대상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한번 치료 받는 데 100만원 드는 항암제 비용을 대느라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고 말했다.

조진경 ‘다시함께 센터’ 소장은 “윤씨에게 추가 지원을 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서인지 기대했던 만큼 모금이 걷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에 걸린 윤씨에게 치료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업주 신아무개(47)씨는 지난 2월4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윤씨가 숨진 시각은 7일 오후 8시30분, 경찰병원 7층 33호에서였다. 경찰병원 장례식장 9호에 마련된 빈소에는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가족들만 오갈 뿐 하루 종일 찾는 이 없이 한산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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