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최한 ‘2006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가 18일 서울 코엑스 전시관에서 열렸다. 일자리 박람회에서 공공부문 취업관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 이정국 기자
코엑스 “이틀째 나와 구직중이야. 여기저기 이력서 넣어봐야지”
18일 오후, 서울시 주최의 ‘2006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코엑스 전시관으로 향했다. 젊은이들로 가득찼던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은 평소와 달리 행사에 참여하려는 노인들로 붐볐다. 인도양 9홀에 도착하자 입구부터 많은 노인들이 줄을 서서 안내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서울시는 17일까지 1만5천명이 행사장을 방문했으며 총 3만여 명이 다녀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설치된 부스는 총 120여개였지만 마지막날인 18일에는 70여 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었다. 대부분 경비, 환경미화, 지하철택배 등의 단순 노동일이 주를 이루었다.
행사장 안은 북적였지만 막상 원서를 접수하는 사람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와 근무여건이 좋은 관공서 부스 앞에는 다른 곳보다 줄이 길었다. 노인모델, 하객도우미, 방송출연 보조 등 특이한 일자리들은 언론에 소개가 됐다. 노인모델을 모집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약 200여명의 지원자가 접수됐다”며 “이력서와 카메라 테스트 결과를 검토한 후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스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마치고 나온 한 아무개(64·여·중랑구)씨는 “이틀 이어 박람회에 왔는데 도우미 등에 2곳을 지원한 후 혹시 이것도 될까 싶어 카메라 테스트를 해봤다”며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10년은 더 일할 수 있는데 일을 안시켜준다”라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한씨처럼 즐겁고 적극적으로 일차리를 찾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번역일을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밝힌 김 아무개(83·남·동대문구)씨는 “나이 많은 사람 찾는 곳이 없어 일자리 찾길 포기했다”며 “나 같은 할아버지들은 할 일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급여가 맞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성진(65·남·관악구)씨는 “예전에 경비일을 하다 실직해서 다른 경비일을 찾아 보려고 왔는데 급여 수준이 낮아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도 실직자여서 내가 가장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동네의 노인 복지관이나 신문 등을 통해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 스스로 일자리를 구하는 ‘적극적 노후’를 사는 사람들이었다. 스스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봉사자들의 메이크업 서비스까지 받는 그들의 표정엔 노후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종묘공원 “일자리 소개는 노인이 지천으로 모인 여기가 어때?”
같은 날, 코엑스를 나와 서울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종로의 종묘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종묘 공원은 하루에 3000~3500명(종묘광장 관리사무소 집계)의 노인이 찾는다. 더러 노숙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70대를 넘어선 노인들의 쉼터다. 종묘광장 관리사무소의 김지헌씨는 “어르신들이 주민등록증을 맡겨놓고 바둑판을 빌려가시는데 주민등록증을 안찾고 바둑판을 그냥 가져가는 분들이 많아서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이 곳을 찾는 노인들의 경제적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은 실버취업 따위는 관심이 없을까?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종묘공원은 노인들로 가득찼다. 벤치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한 노인에게 “서울시에서 하는 어르신 취업박람회라고 들어보셨나요?”라고 말을 걸었다. “취업박람회, 그게 뭐야?” 대뜸 되물었다. 박아무개(71·남)씨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이 그런 걸 알 수가 있나 하루종일 여기에 앉아 있는데…” 일주일에 서너번 종묘공원을 찾는다는 박씨는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그런 좋은 것이 있으면 노인들이 지천에 있는 이곳에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홍보하면서 종묘공원은 찾지 않았다. 각 구에 설치되어 있는 노인복지관을 거점으로 홍보에 주력했지만 종묘공원을 찾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노인복지관 거기 뭐하러가 가면 담배연기만 많고, 매일 화투판만 벌어지는데”라는 반응이었다. 종묘공원 관리를 담당하는 종로구 공원녹지과의 진덕성 주임은 “일자리 박람회 관련해 서울시에서 홍보 관련해 협조가 들어온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직업을 찾는 것조차 포기한 노인들이 많았다. 일자리 박람회가 있어도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공원을 찾은 김아무개(72·남·용산구)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무릎이 아파서 일을 못한다”며 “누가 나같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옆에 있던 종이컵에 담겨있던 막걸리를 마시며 “하루 하루 이렇게 사는 거지 뭐”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2006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한 할머니가 자원봉사자가 해주는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이정국 기자.
급여가 맞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성진(65·남·관악구)씨는 “예전에 경비일을 하다 실직해서 다른 경비일을 찾아 보려고 왔는데 급여 수준이 낮아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도 실직자여서 내가 가장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동네의 노인 복지관이나 신문 등을 통해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 스스로 일자리를 구하는 ‘적극적 노후’를 사는 사람들이었다. 스스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봉사자들의 메이크업 서비스까지 받는 그들의 표정엔 노후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종묘공원 “일자리 소개는 노인이 지천으로 모인 여기가 어때?”
같은 날, 코엑스를 나와 서울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종로의 종묘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종묘 공원은 하루에 3000~3500명(종묘광장 관리사무소 집계)의 노인이 찾는다. 더러 노숙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70대를 넘어선 노인들의 쉼터다. 종묘광장 관리사무소의 김지헌씨는 “어르신들이 주민등록증을 맡겨놓고 바둑판을 빌려가시는데 주민등록증을 안찾고 바둑판을 그냥 가져가는 분들이 많아서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이 곳을 찾는 노인들의 경제적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은 실버취업 따위는 관심이 없을까?
노인들로 북적이는 서울 종묘 공원. 이정국 기자.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종묘공원은 노인들로 가득찼다. 벤치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한 노인에게 “서울시에서 하는 어르신 취업박람회라고 들어보셨나요?”라고 말을 걸었다. “취업박람회, 그게 뭐야?” 대뜸 되물었다. 박아무개(71·남)씨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이 그런 걸 알 수가 있나 하루종일 여기에 앉아 있는데…” 일주일에 서너번 종묘공원을 찾는다는 박씨는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그런 좋은 것이 있으면 노인들이 지천에 있는 이곳에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홍보하면서 종묘공원은 찾지 않았다. 각 구에 설치되어 있는 노인복지관을 거점으로 홍보에 주력했지만 종묘공원을 찾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노인복지관 거기 뭐하러가 가면 담배연기만 많고, 매일 화투판만 벌어지는데”라는 반응이었다. 종묘공원 관리를 담당하는 종로구 공원녹지과의 진덕성 주임은 “일자리 박람회 관련해 서울시에서 홍보 관련해 협조가 들어온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직업을 찾는 것조차 포기한 노인들이 많았다. 일자리 박람회가 있어도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공원을 찾은 김아무개(72·남·용산구)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무릎이 아파서 일을 못한다”며 “누가 나같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옆에 있던 종이컵에 담겨있던 막걸리를 마시며 “하루 하루 이렇게 사는 거지 뭐”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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