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쪽 작성한 문서에 수상 기재”
장씨, 환경단체 간부 포섭 계획 포착
장씨, 환경단체 간부 포섭 계획 포착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은 30일, 장민호(44·구속)씨와 이진강(43·구속)씨가 국내 환경운동단체 간부 ㄱ씨를 ‘일심회’의 핵심 조직원으로 포섭한다는 계획을 세운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장씨가 북한에서 주는 ‘조국통일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장씨의 집 등에서 “반미·반전 투쟁이 대중적 생활거점으로 심화·확산돼야 한다는 목표를 기본으로 하는 (노동)당의 방침에 따라, 환경운동단체 간부 ㄱ씨를 일심회 핵심 조직원으로 포섭한다”는 내용의 대북보고 문건인 ‘일심회 사업정형보고’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진강씨 등의 집에서도 “시민운동단체를 통일연대에 참가시켜 반미·반전의 대중적 통일전선에 참여시키는 모범을 세운다”는 내용의 문건을 2001년 작성한 단서를 포함해, 노트북 2대와 시디 21장, 유에스비 메모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 쪽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내용”이라며 “일부는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아 인터넷에서 떠도는 내용을 출력해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북한 쪽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에 ‘장씨가 조국통일상을 받았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조국통일상은 1990년 제정됐으며, 자주적 평화통일에 기여했다는 남과 북, 해외 인물에게 수여된다. 지난해에는 김용순 전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 52명이 받았으며, 임수경씨도 상을 받은 것으로 돼있다.
국정원은 또 “장씨가 미국에 머물며 국내 유력 일간지의 샌프란시스코지사 사회부 기자로 있으면서, 60대 중반의 북한 공작원 김아무개한테 포섭돼 <조선전사> 등으로 의식화 교육을 받았다”며 장씨의 포섭 경위를 밝혔다. 국정원은 “장씨가 1989년 지령을 받고 스위스와 체코, 모스크바를 경유해 입북한 뒤 주체사상, 모스부호 사용방법, 홍콩 사서함을 통한 보고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며 “이때 공작금으로 1만달러를 받은 뒤 미국으로 돌아가 단파 라디오를 구입해 북한과 연락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대선후보 동향이나 국내 정세 등 장씨 등이 수집해 북쪽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들과 관련해, “국가기밀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과거보다 (국가기밀의 범위를) 축소해서 국가기밀을 판정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국가기밀보다는 폭넓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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