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상행보 내부서도 당혹
국가정보원은 30일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측 보도는 수사에 큰 장애가 있으니, 신중하게 보도해 달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정원은 이날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수사상황 등에 대해 일체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지해주기기 바라며, 수사 등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사건 수사에 어려움이 있음을 깊이 이해하시고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국내 한 일간지에는 아직 수사 초기에 불과한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는 김승규 국정원장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다. 김 원장은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고정 간첩이 연루된 사건이다. 간첩단 사건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의 양상이) 충격적”이라고까지 했다. 또 “이미 구속된 5명에 대해서는 지난 한 달간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간첩 혐의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들과 연루된 추가 혐의자에 대해 추적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수사(와 인사)에 대해 국정원장이 이렇게 발언한 전례가 없다, 할 말이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김 원장의 이런 발언은 국정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물론,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의 입장과도 상반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검찰 쪽은 사건이 알려진 지난 25일부터 한결같이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미 언론에 보도된 혐의를 확인해주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피의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수사가 진행 중일 뿐만 아니라, 피의자들이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사 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혐의를 특정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김 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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