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험’ 소문 타고 팔공산에 ‘수능기원’ 학부모 행렬
대입수능일(16일)을 열흘 남짓 남긴 지난 주말 오후,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동쪽 끝자락 관봉(해발 850m) 정상 갓바위(보물431호) 80여평 공간은 수험생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가득찼다.
비오듯 땀을 쏟으며 108배를 올리거나 돌부처 앞에 꿇어앉아 입시발원 기도문을 외우며 소원을 빌었다. “갓바위 약사여래 부처님께 합장발원 하옵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가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게 하소서….”
기도 효험이 많다고 알려져 입시철이 되면 가파른 산길도 마다않고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수험생 부모들이 줄잡아 수십만명.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송파구 오륜동 최인숙(48)씨는 “갓바위 부처님은 소원을 빌면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 해서 6시간 달려왔다”며 “고3 아들이 일류대를 지원하는데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고 했다.
수능 일이 다가오며 갓바위를 오가는 길가에 합격 엿을 파는 상인들도 대목을 맞았다. 하지만 세월 변화는 이곳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갓바위를 관할하는 선본사 종무소 김진대 사무차장은 “최근에는 대학 수시모집이 늘면서 기도 오는 분들이 많이 줄고 있다”며 “그렇지만 요즘에도 수험생 부모님에게만 나눠주는 찹쌀떡이 하루 5천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선본사는 내년 하반기까지 갓바위 가는 길을 돌계단으로 바꾸고 화장실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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