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번째 청구할 것” 강경
판사 ‘기각사유’ 한밤 보도자료
판사 ‘기각사유’ 한밤 보도자료
법원이 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이 재청구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의 영장을 또 기각하자 검찰이 “영장을 또다시 청구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검찰은 지난 3일 법원의 1차 영장 기각에 불만을 토로하며 유씨 등의 영장을 그대로 재청구했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영장 발부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법원에 론스타 쪽이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산정한 자료와 증권거래법 전공 교수 및 증권거래 실무자, 외환카드 소액주주들을 조사한 자료를 추가로 냈다. 또 ‘주가조작 이득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등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지적했던 부분에 대해 30여쪽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유씨 등의 범죄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득의 주체를 합병 전 외환은행 또는 주주(론스타)로 가정하더라도 영장 범죄사실의 이득액 226억원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유씨가 얻었다는 이득 또는 회피했다는 손실이 영장에 적시된 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검찰의 주장처럼 ‘중대한’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부장판사는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의 2대 주주인 올림푸스캐피탈의 보유 주식을 인수해 외환카드의 감자를 할 수 있었고 △론스타 쪽에서는 외환카드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그 값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실제로 감자를 할 수 있고 △주가가 감자설이 담긴 보도자료 발표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하락 추세였다는 점 등을 들어, “악질적인 주가조작”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데 불만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증거자료를 보완해 영장을 세번째 청구하겠다”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검의 한 검사는 “법률가인 검사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재청구했을 때는 법원이 이를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의 공범을 밝히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데 유씨의 구속 수사가 꼭 필요하다”며,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며 검찰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을 그대로 다시 청구하면 각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 안에서는 구속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면 검찰의 수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던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에는 구속이 필요한지 판단이 안 설 때는 수사기관을 믿고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애매하면 대체로 영장을 기각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법원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밀하게 처리해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엄격해진 영장 심사의 혜택이 주로 화이트칼라 범죄나 ‘힘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유명 로펌이나 전관 변호사를 고용하는 권력층의 영장 기각 사례는 많지만 ‘힘없는’ 사람들의 영장은 여전히 잘 발부되고 있다”며 “법원의 방향이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어느 정도의 일관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순혁 고나무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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