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검찰 깃발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걸린 검찰 깃발이 태극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검찰 깃발의 모습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잇따라 구속·체포 영장이 기각된 검찰의 요즘 상황 같다. 김태형 기자xogud555@hani.co.kr
“시세교란 주체 특정못해” 검찰 무혐의 처분
대검 중수부가 수사 중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2004년 고려개발산업(현 두산산업개발) 주가조작 사건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은 지난해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정관리를 받던 고려산업개발은 영업이 호전돼 법원이 2003년 6월 매각 공고를 냈으나, 이때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3700원이었던 주가는 고려산업개발이 같은해 8월 두산건설·두산중공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계속 떨어졌고, 두산그룹이 부실기업인 두산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을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는 더 떨어져 2004년 2월 1920원까지 바닥을 쳤다.
이 때문에 고려산업개발 지분 17.5%(1168만주)를 소유한 소액주주들은 1천억원대의 피해를 봤다. 이들이 두산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가격이, 두산이 고려산업개발 신주를 인수할 때 지급한 5천원의 절반에 못미치는 주당 2128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헐값에 고려산업개발 신주를 인수한 박용성 전 회장 등 두산그룹 총수 일가는 합병 뒤 주가가 올라 무려 1782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8월 “합병과정에서 시세를 교란했다”며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하락이 오래 계속돼 시세교란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주가하락 기간에 대규모의 주식거래도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같은달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고려산업개발 소액주주 21명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부당하게 낮게 책정됐다”고 낸 매수가격 결정신청에서, “합병 과정에서 누군가 고려산업개발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렸으며, 이 조작된 주가를 주식매수 청구가격으로 정해 소액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며 검찰과 정반대의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됐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외환카드 사건은 단기간에 주가하락이 있었다는 점에서 고려개발산업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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