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집회·시위 허용 관련 쟁점
전문가들 “도로대신 광장 시민에게 개방”
외국선 자유주되 약속 어길땐 엄정대처
외국선 자유주되 약속 어길땐 엄정대처
집회·시위의 자유와 이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라는 두 가치가 맞부딪치고 있다. 경찰이 교통흐름에 크게 방해되는 도심 집회를 금지하기로 한 직후, 거리행진 중인 시위대와 실랑이를 벌이던 차량 운전자가 승용차로 시위 참가자를 치고 달아난 사건까지 벌어졌다. ‘집회·시위의 자유’ 대 ‘행복추구권’=경찰청 자문기구인 인권수호위원회는 8일 “교통혼잡을 이유로 도심 집회를 금지하기로 한 결정은 부당하다”는 권고를 내렸다. 오창익 위원(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헌법에 정해진 기본권을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지나친 재량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서울의 ‘주요도로 16곳’도 너무 광범위해 사실상 모든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된다. 그러나 경찰은 개인이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도 헌법상의 권리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임승택 경비과장은 “도심의 주요도로 또는 신고되지 않은 공공장소의 무단 점거는 엄정히 대처해 시민들이 교통체증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민주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기본권(집회·시위의 자유) 행사로 인한 불편함을 행복추구권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오동석 아주대 법과대 교수)는 반론도 뒤따른다. “도로 대신 광장을 열어라”=과도하게 교통혼잡을 일으키는 거리행진이 과연 호소력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규모 집회가 가져오는 시민의 불편함이 자신이 주장하는 문제에 대한 공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안 경찰대 교수(행정학과)는 “국회의사당, 시청 앞 광장, 광화문 일대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백성들의 소리를 듣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도심 집회로 인한 논란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거꾸로 이곳에 정치적인 집회는 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이달 초 경찰에 요청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서울광장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시위를 할 수 있다면 굳이 거리행진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는 폭넓게, 불법엔 엄하게”=전문가들은 선진화한 나라일수록 도심 행진을 비롯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되, 약속을 위반하는 경우는 경찰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미국·독일·일본 등은 지방마다 법률과 조례 등으로 도심 집회에 대해 조금씩 다른 정책을 펴고 있어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비교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영국은 공공질서법에 ‘경찰서장이 심각한 혼란의 발발을 막을 수 없는 특정한 상황이 관내에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최고 석달 동안 공공행진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반드시 지방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김유환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8일 경찰청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최루탄 사용이나 도로를 이용한 시위를 제한하는 등의 대응은 경찰의 신뢰가 좀더 회복된 뒤 단계적으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전종휘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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