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대학들 ‘로스쿨 올인’ 2천억 쏟아부었는데…

등록 2006-11-13 08:17수정 2006-11-13 08:20

전국 40곳 설립준비…내년 이후도 1240억 투자 계획
법대 예산 90% 투입…지방 “침체 돌파구” 더 발동동
교수 영입경쟁…신·구 마찰 이동 잦아 학사운영 불안
로스쿨이 곧 실시될 것으로 보고 시설 투자와 교수 영입을 서둘러온 대학들이 법안 지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법개혁위와 사법개혁추진위의 로스쿨 도입 방침에 따라 대학들은 새로 건물을 짓는 등 ‘투자’와 함께 교수들을 ‘입도선매’해왔지만, 법안이 1년이나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학이 떠안게 된 것이다.

‘묻지마 투자’ 허리 휘는 대학들=로스쿨을 준비하는 전국의 40개 대학은 2004년 이후 관련 시설·자재 등에만 이미 2천억원 이상 투자했다(?아래표).

특히 지역 대학들의 허리가 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40개 대학의 올해 예산 총액이 907억여원인데 이 가운데 지방 22개 대학의 로스쿨 관련 예산만 538억여원으로 64%나 된다. 로스쿨을 침체된 지역대학의 돌파구로 삼은 탓이다. 정정환 조선대 교학팀장은 “처음엔 로스쿨 자체를 반대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로스쿨을 유치해야 살아남을 거란 판단에 적극 준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32개 대학은 2007년 이후 1240억원을 또 투자할 예정이다. 2004년 이래 해마다 24%, 49%의 투자 증가폭(?위표)을 보이며, 법대 예산의 90% 이상이 로스쿨 준비만을 위해 쓰이는 실정이다.

40개 대학이 2년 사이 265명의 교수를 늘렸고 이 중 33개 대학은 모두 165명을 앞으로 새로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수 1인당 한해 대략 1억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액은 더 늘어난다.

김한성 연세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 준비 대학의 시설, 교수 경쟁이 상상을 넘는다”며 “전체 학문에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할 자원이 특정학과에 편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환 전남대 사회대학장은 “법안이 통과되고 대학이 결정되기 전까지 전반적으로 무리한 투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국력 낭비”라고 우려했다.

후유증 시작=경희대는 지난해에 견줘 12명의 법대 교수가 늘었다. 학생수나 전공 강좌가 는 것은 아니다. 신임교수들은 올 상반기부터 주당 3시간(1강좌)씩만 가르쳤다. 기존 교수에겐 9시간이 의무다. 대신 12명 가운데 10명은 변호사 업무를 겸직했다. 본업이 변호사에 가까웠던 셈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다른 교수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업을 나눴다”며 “대신 대우는 기존 교수와 다르다”고 말했다.

올들어 성균관대는 2명의 교수가 서울 소재 다른 대학으로 옮겼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교수가 감정이 상해서 나간 건 아니다”라며 “채용 과정에 교수 간 이해가 충돌하기도 하고, 교원수가 많아지면서 ‘큰 나무 바람 잘날 없는’ 게 우리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식 운영이나 신구 교수간 마찰, 보수 문제 등으로 교수 이동이 잦아지면서 학사 운영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해에 견줘 14명의 교수가 늘어난 경북대의 한 교수는 “우리 학교는 스카우트도 많이 했는데, 법안은 자꾸 연기되니까 타대학과 사이는 안좋아지고, 로스쿨을 준비 안하는 대학은 교수 충원 자체도 어렵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대학생들이 진로 문제를 포함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신 경북대 법대 교수는 “교수들이 시위하러 거리로라도 나가야 하느냐”며 “이제는 로스쿨 법안 표류시키는 국회의원들 상대로 낙선 운동하자는 교수님들도 있다”고 했다.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