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재산을 분배할 때 세대주인 남성 종중원에게 여성 종중원보다 많이 준 것을 남녀 차별이나 평등권 침해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7월 여성들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으로 남녀 사이 종중 재산 분배를 다룬 판결로, 차등 분배의 성차별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재협 부장판사)는 우봉 김씨 계동공파 16·17·18대손 여성 종중원 27명이 “독립 세대주인 남성 종중원과 똑같이 재산을 나눠야 한다”며 종중을 상대로 낸 분배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계 혈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중의 특성상 합리적인 범위 내라면 (차등 분배가) 허용될 수 있다”며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저히 불공정해 무효라고까지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봉 김씨 계동공파 종중은 지난해 6월 서울 은평구의 종중 땅이 공익사업 토지로 수용되면서 137억여원을 보상받자 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독립 세대주에게 3800만원씩, 비세대주 성인과 ‘출가외인’에게 1500만원씩 나눠줬다.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성차별철폐회원연대 김성희 공동대표는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상충되는 것”이라며 “양성평등 운동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최영갑 성균관 기획처장은 “여성은 종중원으로서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지만 재산 분배에서까지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김종우 공보판사는 “여성에게 종중원 지위를 인정한 이후 첫 분배금 청구소송이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가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연합뉴스 oh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