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도로에 고립된 아내와 두 딸을 구하려고 떠났다가 지난 6일 주검으로 발견된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김(35)이 숨지기 전 가족들을 구해 달라고 호소한 내용의 쪽지가 발견돼 다시 한 번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사고 발생지인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 경찰은 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가족이 차에 고립돼 있다. 구조대를 보내 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수색팀이 도로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흰 종이에 쓰여진 이 구조요청은, 자신이 눈 속에서 쓰러질 것을 예견하고 남긴 메시지로 추정된다.
경찰은 부검 결과 제임스 김의 사인이 저체온증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고립돼 일주일을 차 안에서 있던 그가 실제로는 24㎞ 가량 떨어진 마을이 4㎞ 거리에 있다고 판단하고 구조를 요청하러 길을 나섰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김이 다시 길을 돌아와 조난지점으로부터 0.8㎞ 떨어진 계곡에서 숨진 것을 두고는 가족들한테 다시 오려 했을 가능성과, 계곡을 따라가면 민가를 만날 것이라는 상식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함께 제기됐다.
조난지점으로부터 불과 1.6㎞ 거리에 낚시터 오두막이 있었지만, 제임스 김이 이를 알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구조대원들도 발을 떼기 힘든 악조건 속에서 16㎞를 헤쳐나간 것은 “초인적”이라며 그의 용기와 가족 사랑에 “최상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뿐 아니라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언론들도 제임스 김의 ‘영웅적’ 죽음을 상세히 보도했다. 제임스 김의 친구가 개설한 추모사이트와 그가 수석편집장으로 일했던 정보통신 매체 <시넷> 사이트는 수십만명씩 방문했고, 각각 수천통의 추모 메시지가 쇄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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