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법원 예규’ 폐지 주장 논란
법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자의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하자, 검찰이 구속영장 및 압수·수색영장의 발부 등을 대법원에 보고하도록 한 대법원 예규를 폐지하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정병하)는 19일 ‘대법원 재판 예규에 대하여’라는 자료를 내어, “각급 법원의 압수·수색, 구속영장 발부와 중요한 민·형사 사건의 진행 과정과 내용을 지체없이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한 대법원 예규인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는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과 법관윤리강령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개별 법관의 영장 발부나 재판이 대법원에 일일이 보고되면 사법권의 독립이나 심급제도, 삼권분립 원칙이 침해될 수도 있다”며 “법원 내부 보고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누설되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재판에서 노출된 자료가 법원행정처에 취합되면 개인 정보와 국가·기업 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어, 대법원 예규는 조속히 폐지 또는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법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대의 구속영장을 지난 18일 재기각한 데 대해 ‘검찰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사법부가 불법 시위자에 대한 수사권을 과도하게 견제하면 불법 시위를 막아야 할 경찰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도 멀어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정석 대법원 기획조정심의관은 “검찰의 주장은 대법원이 개별 재판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추측”이라며 “국정감사 등 행정적 필요에 따라 재판부가 아닌 사무처리 부서에서 중요사항에 대한 내용을 취합해 대법원에 보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중요 사항에 대해 보고도 받지 말라는 것은 사법부의 업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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