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무료로 찍어주는 공무원 안재용씨
영정사진 무료로 찍어주는 공무원 안재용씨
“할머니 오늘 예쁘게 한복 입고 오셨는데 얼굴도 화사하게 펴세요. 여기를 보시고…. 자 찍습니다.”
찰칵! 사각 프레임 안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퍼지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안재용(38)씨 얼굴이 따라 웃는다. 최근 대구 달서구의 한 영세민 아파트에서 열린 ‘영정 촬영 행사’에서 삼각대를 펴고 실력을 맘껏 뽐냈다. 안씨는 달서구청 공보팀 사진 담당 공무원. 그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무료로 영정 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 활동을 8년째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270여명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시내 복지관이나 시민단체를 통해 서너 명씩 찍기도 하지만 수십 명을 촬영해야 할 때는 이 일을 처음 소개해 준 대학 선배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나간다.
그는 “장례식에 쓸 사진을 찍어주는 게 과연 봉사가 될까 싶기도 했지만 어르신들이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며 “그분들이 남은 삶을 잘 정리하는 걸 도와주는 일이라 여기니 참 좋더라”고 했다.
안씨는 “사진 액자 비용까지 자비로 내야 하는데다 자신의 모습을 밝게 간직하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이 얼굴의 흉을 지우는 ‘포샵질’을 주문하는 등 부탁도 적잖아 일이 생각보다 쉽진 않다”며 “그래도 카메라를 꺼낼 때마다 흥이 절로 난다”고 활짝 웃었다.
“언젠가 불치병으로 온몸이 마비된 30대 환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눈만 겨우 움직이는 상태에서 꼭 영정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분 눈빛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히려 제 삶에 대해 많은 걸 느꼈습니다. 사진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대구/박영률 기자, 연합뉴스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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