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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년까지 10년 사형집행 안 하면 사실상 폐지국

등록 2006-12-27 19:21수정 2006-12-27 21:40

사형제 폐지는 국회 갇혀 또 해 넘길 판
법사위원들 바뀌며 특별법안 다시 모르쇠

1997년 세밑, 사형수 신분이던 59명은 한가닥 ‘희망’을 품었을지 모른다. 사형제 폐지 논의가 한창이었고, 그해 말 대선에서 사형수 출신 김대중씨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낱같은 기대도 잠시, 59명 중 23명이 그해 마지막달 30일에 교수대에 섰다. 4명은 사형 집행 전 자신의 안구와 주검을 기증했다.

이후로 정확히 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형수 출신 대통령도, 진보·인권을 내세운 후임 대통령도 결국 사형제를 폐지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형제를 없앨 기회가 어느 때보다 많았던 올해도 성과없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과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으로 모처럼 사형제 폐지에 관심이 쏠린 해였다. 국제앰네스티도 올해 한국을 사형제 폐지운동 집중국으로 정해 ‘동북아의 본보기’로 삼으려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0월 제4회 ‘사형제 반대의 날’ 행사를 서울에서 열어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이자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게 될 한국이 동북아에서 사형제를 폐지한 첫 번째 나라가 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엔 국가인권위가 사형제 폐지 권고안을 냈고, 종교계에서도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등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문제는 국회의 ‘지독한’ 무관심이다. 국회에는 유인태 의원 등 여야 의원 175명이 발의한 사형제폐지 특별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돼 있다. 지난 2월 공청회 개최 등 논의가 활발한가 싶더니, 올 하반기에 법사위원들이 대거 바뀌면서 사실상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사형제 폐지에 전향적이던 법사위원들이 자리를 옮기고, 법사위원 16명 가운데 9명은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이들로 채워졌다. 천주교인권위 이사장인 김형태 변호사는 “법사위원들을 만나보니 폐지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정치적 실익이 없고, 그렇다고 폐지를 반대하면 욕을 먹을 것으로 판단해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도 “의원들을 만나면 개인적으로는 폐지를 지지하는데, 처리순위에서 밀려 논의조차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대와 16대 국회 때도 사형제 폐지법안이 제출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가 존재하더라도 사형 집행이 10년 이상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한다. 97년 12월30일이 마지막 사형 집행일이니, 1년 만 ‘별일’ 없으면 폐지국이 되는 셈이다. 노무현 정부가 사형을 집행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김형태 변호사는 “10년 정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부담 때문에 집행하기 쉽지 않다”며 “사형제 폐지국 분류만으로도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정권의 성향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법적 폐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안상수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민들뿐 아니라, 위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해 신중히 다뤄야 한다”며 “다만 내년엔 좀더 충분한 의견을 수렴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앰네스티 집계로 지난해까지 사형제가 유지되는 나라는 68개국이며, 122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한 상태다. 국내에는 현재 사형수 64명이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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