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시끌 e세상
회사원 박정근(48)씨는 한국시각 12월31일 밤 12시를 기다린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가족들이 온라인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에 가족 홈페이지를 운영한 지 3년인 박씨네는 미국과 중국·일본·캐나다 등에 일가 친척 3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미국 뉴저지에는 이민간 큰누나와 조카가, 미국 켄터키에는 둘째누나 아들이 유학을 하고 있다. 중국에는 셋째누나의 딸 가족이 회사 주재원으로, 일본엔 셋째누나 아들이 역시 외국인 회사의 주재원으로 근무한다. 캐나다에는 사촌 가족이 산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12월31일 저녁 해가 넘어가는 순간 현지의 가족 파티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덕담과 함께 인터넷에 띄우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서로의 덕담을 댓글로 달아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축복해주기로 했다. 또 서로 가족들에 대한 기도 제목을 띄워 내년 한 해 바라는 일을 성취하도록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할머니에 대한 추모의 글도 함께 띄운다.
이들 가족은 내년 5월 미국과 중국 등지의 가족들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고 계를 통해 여행비를 모으고 있다. 이 인터넷 가족 모임의 시솝인 김수진(34)씨는 “처음엔 인터넷 가족모임에 어색했던 식구들이 아침 시작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시작할 정도로 익숙해졌다”며 “지역과 시간대를 넘어선 인터넷 덕분에 가족 송년모임이 더 따뜻해졌다”고 말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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