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회장과 일란성 네쌍둥이 자매 황슬·설·밀·솔양.
네쌍둥이 자매를 출산시킨 병원에서 쌍둥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자 18년전 출산 당시의 약속을 지켜 장학금을 지급해 화제다.
주인공은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이 소속된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 이 회장은 자신의 병원에서 18년 전 태어나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일란성 네쌍둥이 자매 황슬·설·밀·솔양에게 대학입학금과 1년간 등록금 등 장학금 2300여만원을 10일 전달했다.
이들의 인연은 1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1월11일 오후 9시15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당시 중앙길병원에서는 네쌍둥이가 차례로 태어났다. 네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70만분의 1로 매우 드물다. 예정일보다 3주일이나 앞서 진통이 시작되고 양수가 터지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산모는 길병원을 찾았다. 이 회장은 새벽 3시 갑작스런 네쌍둥이 산모의 ‘출현’으로 순간 당황했지만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면서 의료진에게 즉시 제왕절개 수술을 하도록 했다. 쌍둥이 4명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고, 출혈이 심했던 산모도 재수술 뒤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당시 병원장이었던 이 회장은 네쌍둥이의 아버지가 강원도에서 광부로 일하는 등 형편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모든 진료비를 면제해 주기로 하고, 산모에게 “아이들이 대학갈 때 연락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헤어진 뒤 연락이 끊겨 있던 중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우연히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네쌍둥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이들과 한 약속을 떠올렸다. 연락처를 수소문해 어렵게 찾은 네쌍둥이는 슬양과 밀양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양과 솔양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각각 수시합격해 네명 모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네쌍둥이는 중·고교때 반장을 도맡았고 학교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모두 공인 4단일 정도로 건강하게 자랐다.
하지만 아버지 황씨가 건강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뒤 쌍둥이 가족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네쌍둥이는 입학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거의 포기할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이런 사연을 듣고 18년 전 약속대로 이날 네쌍둥이에게 장학금을 주고, 11일 19번째 생일을 맞는 쌍둥이들에게 태권도복을 선물했다. 또 졸업 뒤 취업 보장도 약속했다.
맏언니 슬양은 “부모님이 늘 아프셔서 잘 돌봐드리고 싶어 간호사가 되려고 한다”며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다니며 돌보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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