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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미도 대원 20여명 매장 추정지 찾았다

등록 2005-03-15 18:56수정 2005-03-15 18:56

1971년 ‘실미도’ 사건 당시 경기도 벽제시립묘지에서 일했던 이동식씨가 15일 자신이 실미도 부대원들을 묻었다고 증언한 매장지 앞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1971년 ‘실미도’ 사건 당시 경기도 벽제시립묘지에서 일했던 이동식씨가 15일 자신이 실미도 부대원들을 묻었다고 증언한 매장지 앞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벽제묘지 당시 인부 증언 “부패심해 줄맞춰 대충 묻어”

1971년 8월23일 인천 실미도에서 북파공작 훈련을 받다 탈출해, 서울에서 군과의 총격전 끝에 숨진 ‘실미도 684 부대원’ 매장 추정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71년 당시 경기도 벽제시립묘지에서 매장일을 했던 이동식(84)씨는 “71년 여름께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관 20여개를 나를 포함해 40여명의 인부가 시립묘지에 묻었다”며, “나중에 묘지관리소장으로부터 ‘배 타고 인천으로 건너와 버스를 빼앗아 타고 서울로 쳐들어가다 죽은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15일 증언했다.

이씨가 부대원들을 묻었다고 지목한 장소는 벽제묘지 관리소에서 북쪽으로 500여미터 올라간 지점 도로에서 60여미터 떨어진 산기슭으로, 71년 부대원들의 주검을 처리했던 임아무개 당시 공군본부 인사처 과장이 지난해 3월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운전병까지 모두 위장해서 경기도 벽제리 묘지로 가 주검들을 전부 가매장했다”는 증언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씨는 “아침에 출근해 보니 누군가 이미 매장지 옆에 관을 가져다 놓았는데, 썩은 냄새가 심해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며 “줄을 맞춰 관 크기대로 땅을 판 뒤 봉분을 만들고 먹으로 숫자가 적힌 말뚝을 박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은 얇은 판자로 대충 만들어 흐늘흐늘했다. 1미터 정도 땅을 파라고 했지만 주인도 모르는 관이기에 관 덮을 정도로만 땅을 파고 묻었다. 일은 오후가 돼서야 끝났다”고 당시 작업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특히, 이씨는 “오전 11시께 군용트럭이 하나 오더니 사복을 입은 사람 3~4명이 3~4개의 관을 더 가져왔다”며 “인부들이 ‘누구보고 또 묻으라는 것이냐’고 화를 내자 트럭을 타고 온 사람들이 ‘당신들이 매장하는 사람 아니냐? 이 관들도 (지금 묻고 있는 관들과) 같은 패들이다’라고 말해 함께 묻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실미도 부대 소대장이었던 김방일(60)씨는 “탈출을 시도한 24명 가운데 실미도에서 죽은 2명과 버스에서 죽은 16명은 8월24일 서울 대방동 공군본부로 옮겨졌다”며 “추가로 실려온 관은 인천에서 죽은 2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머지 4명은 이듬해 군사재판에 회부돼 사형이 집행됐다.

현재 묘지를 관리하는 묘적부에는 부대원들 매장 기록은 없으며, 매장 추정지에는 85년에 묻힌 김아무개씨 등 3명의 뫼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아들(38)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뫼를 관리하는 사람으로부터 ‘아버지 묏자리 바로 위에 ‘인천 반란 사건’으로 죽은 사람 스무명 정도가 묻혀 있어 그 자리에는 뫼를 쓸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시에는 그 자리에 가시덤불이 우거진 채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한 매장 추정지는 이씨가 지목한 자리와 불과 1미터 정도 떨어진 폭 2~3미터 정도의 빈 공간이어서 실제 이 부근에 부대원들이 묻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매장 추정지를 돌아본 국방부 실미도사건 특별조사단은 “이씨가 지목한 장소가 30미터 간격을 두고 벌어져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추가 제보가 들어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관계 기관의 협조를 거쳐 발굴도 가능하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발굴을 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일대 뫼들이 98년 8월 경기 북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상당수가 유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미도 부대원 유가족 임홍빈(39)씨는 “국방부도 몰랐던 매장지가 증언을 통해 확인됐으므로 국방부는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미도 유가족 11명은 지난 10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매장 추정지에 대한 조속한 발굴을 촉구하는 밤샘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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