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외교부 지침 마련
“측정거부 도망칠땐 추적”
“측정거부 도망칠땐 추적”
“설마 다음날 새벽까지 8시간30분 동안 버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지난달 12일 밤 10시께 서울 서대문경찰서 정용선 서장은 ‘중국 외교공관 차량이 음주단속을 나간 경찰관들에게 창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운전자가 외교관이라면 면책특권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신원확인은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시로 현장에서 보고를 받고 있는데,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겨 동이 터올랐다. 결국 새벽 5시께 외교통상부 직원과 중국대사관 직원이 현장에 나와 신원확인을 한 뒤에야, 경찰은 차량을 보내줬다. 정 서장은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보내줄 수는 없었다”며 “많은 시민들에 경찰서 홈페이지에 ‘한국 경찰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칭찬해줘 경찰들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은 22일 외교통상부와 함께 ‘외교관에 대한 음주운전 단속지침’을 마련했다. 교통경찰관이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할 때 외교 공관 차량을 세워 창문을 열고, 측정에 응하도록 요구하도록 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경찰관은 운전자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차량을 세워둔다. 정지신호를 어기고 도망치면 추적할 수 있다.
경찰은 또한 탑승자가 외교관으로 확인되더라도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도망치거나 △측정 결과 혈중알콜농도가 단속 기준보다 높게 나올 때에는 외교통상부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 경우 외교통상부는 해당 국가에 외교적 항의를 하거나 해당 외교관을 기피인물로 선언하게 된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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