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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교폭력법 있으나 마나요”

등록 2005-03-16 17:43수정 2005-03-16 17:43

10여년 폭력서클계보 ㅇ중학교 ‘폭력책임교사’의 고백

‘조직 관리, 물갈이 신고식, 투투데이·100일데이 상납, 패싸움….’

서울 ㅇ중학교에서는 ‘최소한’ 십수년 전부터 폭력서클 계보가 이어져 내려왔다. ‘일진회’라 불리지는 않았지만, 학년마다 20여명씩, 60여명의 학생이 3~4개 조직을 결성해 활동했다. 2~3학년 학생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매년 3월 신입생 회원들을 근처 야산으로 데려가 때리며 호된 신고식을 벌였고, 신고식이 끝나면 술과 담배를 가르치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었다.

일단 신입회원 모집이 끝나면 ‘선물’ 명목으로 본격적인 ‘상납’이 이뤄졌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이성교제 22일째 기념일인 ‘투투데이’와 100일 기념일인 ‘100일데이’ 등 갖가지 명목으로 돈 상납을 강요당했다. 이들은 상납을 위해 다른 학생들을 때려 돈을 빼앗았다. 이들 폭력 패거리는 다른 중학교 폭력 패거리 학생들과 때로는 패싸움을 벌이고, 때로는 손을 맞잡으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학교 폭력책임교사인 ㄱ씨는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법)은 있으나 마나”라며 폭력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직함만 새로…전부터 해오던 학생지도업무”
자치위원회도 사고수습 위주…예방은 멀어

학교폭력법에서는 학교마다 폭력책임교사를 임명하고, 상담교사를 배치해 상담실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학교별로 교장, 학부모, 판사·검사·변호사,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를 통해 학교폭력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 학생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징계 등에 관한 심의를 하도록 했다.

ㄱ교사 역시 학교폭력법 시행 뒤 폭력책임교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직함만 ‘폭력책임교사’일 뿐 하는 일은 전부터 해오던 학생지도 업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그는 털어놨다. 정부는 폭력책임교사를 임명하면서 담임이나 교과수업 부담을 줄여주는 ‘현실적인’ 조처들을 취하지 않았다. ㄱ교사는 학생지도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수당이 추가되는 학급 담임을 포기했지만, 주 20시간인 교과수업을 고스란히 마치고 나서 남는 시간을 쪼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자치위원회 역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 학교 자치위원회도 다른 대다수의 학교들처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법률 전문가나 경찰 등을 위원으로 위촉하지 못했다. 서울 ㄴ중학교 생활지도부 ㅇ 교사는 “대부분의 학교에 형식적으로나마 자치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1년에 한두번 위원들 얼굴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폭력사고 뒷수습 위주로 위원회가 운영되기 때문에 예방과도 거리가 멀다”고 귀띔했다.

서울 ㅂ중학교 폭력책임교사 ㅅ씨는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들 대부분이 가정적, 심리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상담교사 확충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일선 학교에 ‘학교경찰’을 배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그럴 예산이 있으면 학교별로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 9월1일 지역 교육청별로 전문상담 순회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할 만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182개 지역교육청에 308명의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해 일선 학교를 순회하면서 상담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상담교사 정원과 월급은 행정자치부 및 기획예산처와 조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학교별로 전문상담교사를 두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매일 얼굴을 맞대는 담임교사의 말도 잘 듣지 않으려 하는데 순회교사의 말을 듣겠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전교조 학생청소년위원장은 “학교별로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담임교사들의 수업 부담을 줄이고 담임교사에게 상담교사 구실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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