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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가 잘못 청구인이 입증?…재심, 특례법 시급

등록 2007-01-23 19:17

재심 대상 주요 사건
재심 대상 주요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는 무려 4년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수사권이 없는 청구인 쪽에서 수십년 전에 있었던 국가기관의 잘못을 모두 입증하도록 한 불합리한 재심 제도 때문이다. 법원은 재심 사건에서 국가기관의 잘못 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청구인 쪽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 변호인단은 증인의 법정 진술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재심 사유 입증에 곤욕을 치렀다. 경찰 ㄱ씨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인혁당 관련자들이 고문을 당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으나, 지난해 말 재심 법정에서는 “공개된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며 돌연 진술을 거부했다. 재판장이 “의문사위에서 다 말해놓고 이제 와서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ㄱ씨는 “의문사위는 ‘대통령 직속’이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국 재판장은 “의문사위 진술이 사실이냐”고 묻고, ㄱ씨가 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심리를 진행했다. 이유정 변호사는 “군사독재 시절에 공무원 생활을 한 ㄱ씨는 의문사위는 대통령 직속이라 안전하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공화국 시절 조작간첩 피해자 강희철(50)씨는 지난해 6월 제주지법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지만, 재심에서는 검찰과 법원의 깐깐한 태도로 무죄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 제주지검은 재심 개시 심리 과정에서 당시 강씨를 연행했던 전·현직 경찰관 7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강씨를 영장 없이 불법체포했다”는 진술을 받아내 재판부에 냈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이 개시된 뒤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는 불법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검찰에서는 고문이 없었으므로 당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은 문제삼지 말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불법연행은 사실이지만, 불법연행이 곧 불법구금은 아니므로 변호인이 불법구금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을 맡은 이재영 변호사는 “당시 경찰이 피의자를 불법연행한 뒤 출퇴근시키며 조사했겠느냐”며 “피해자가 불법구금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 수사기관이 과거 조작사건의 가해자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과 경찰이 가해자들을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면, 재심 개시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재심 개시 사유를 ‘수사기관의 잘못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덕우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례법안은 소급적용을 못하도록 개악돼 있으므로,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다시 만들어 올해 상반기 안으로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재심 개시 사유를 완화하지 않아도 조작사건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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