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낑낑백서 ⑥육아도우미는 상전?
믿고 맡길 도우미 찾아 ‘발동동’
갑자기 “관두겠다” 가슴 철렁 육아방식 싫어도 속앓이만
갑자기 “관두겠다” 가슴 철렁 육아방식 싫어도 속앓이만
“이모, 이번 설선물은 뭘로 드릴까요. 기왕이면 필요한 걸로 말씀해주세요. 참, 식탁 위에 비타민제 사다놓은 게 있는데 저희랑 함께 드세요. 이모, 할인점에 가는데 무슨 반찬 드시고 싶으세요?.”
5살 재훈이와 3살 예원이 엄마 신정민(35)씨는 요즘 (아이가 이모라고 부르는) 입주 육아도우미 천아무개(55)씨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4년간 무려 6명의 입주 도우미를 거쳤지만, 모처럼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어떨 땐 아이가 나보다 이모를 더 잘따르는 게 아닌가 싶어 ‘질투’가 날 정도고, 때때로 집안 일도 소리없이 잘 도와주신다. ‘이모’의 존재를 늘 불편해했던 남편도 요즘엔 표정이 확 폈다.
도우미 시장은 전쟁터, 젊은 부모들은 ‘채용불안’ 시달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신씨처럼 ‘흡족한’ 육아도우미와 함께 지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신씨 역시 “그동안의 육아도우미 때문에 겪어야했던 마음 고생은 책으로 써도 한 권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적인 영역에서만 운영되는 도우미 제도의 특성상, 끊임없는 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육아 도우미 시장은 좀 더 나은 사람을 구하려는 부모와, 좀 더 나은 조건을 구하려는 도우미들이 서로 뒤엉키는 ‘전쟁터’다. 나이가 많은 도우미들이 고용이 불안에 시달린다면, 비교적 젊은 부모들은 ‘채용불안’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을 유형별로 분리해보면 다음 3가지 형태가 가장 많다.
청천벽력형·패권다툼형·자유‘방임’형…도우미 자주 바꿀 수 없는 부모의 ‘아킬레스건’
청천벽력형= 반진옥(33)씨는 지난 12월 도우미한테서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반씨는 “아이가 또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면서 “연말이라 회사 일이 바빴지만,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다”고 했다. 반씨는 1주일 동안 아이 보면서 면접을 7번이나 봤고, 연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제대로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패권다툼형=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는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 등 갖은 혜택을 내세워 그만두겠다는 도우미를 붙잡는다. 거꾸로 도우미가 그만두는 것을 구실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고용하는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아도, 아이가 낯을 익혀놓은 사람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육아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용 중인 입주 도우미가 6개월째인 한아무개(33)씨는 “최근 도우미가 아이를 데리고 개인적인 일로 외출하는 일이 많아졌는데도 제대로 말을 못한다”면서 “그래도 아이가 잘 따르는 것 같아, 시어머니 한 분을 모시는 기분으로 산다”고 말했다.
자유‘방임’형= 육아관련 사이트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육아 도우미의 이런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은행에 다녀오는 도우미를 그냥 유지해야 하는지, 낮에 집에 들렀더니 도우미는 졸고 있고 아이는 유선방송 티브이 앞에서 혼자 놀고 있더라는 식의 하소연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석진환 박주희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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