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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생활고 세상등진 ‘우울한 설’

등록 2007-02-15 20:59수정 2007-02-15 21:18

남들은 “고향간다” 들떠 있는데…
40대 여성등 3명 자살

설을 앞두고 생활고에 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사회복지 차원의 배려와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5년 전 반신마비가 되어 장애등급 4급으로 살아온 김아무개(57)씨는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하일동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이웃 주민 김아무개씨에게 발견됐다. 지난해 부인이 집을 나가고 함께 살던 막내아들마저 심장혈관 질환으로 세상을 뜨면서 김씨는 내내 혼자 살아왔다.

김씨의 둘째아들은 “막내의 수술비에 형 세 명의 월급이 모조리 들어갔다”며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돌아가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아들을 분가시키고 이들이 주는 용돈으로 살아왔다는 김씨는, 20년 넘게 살아온 비닐하우스를 끝내 벗어나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같은 날 이아무개(43·여)씨도 서울 강동구 암사4동 1층 사글셋방에서 홀로 목숨을 버렸다. 10년 전 이혼을 한 뒤 혼자 살았던 이씨는 다방·술집 종업원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친구 나아무개씨는 “죽기 전날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고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고 말했다. 늘 생계난에 허덕였던 이씨는 지난해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이씨의 여동생은 전했다.

이날 저녁 8시45분께에는 윤아무개(40)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복가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딸(19)에게 쓴 유서에는 “○○야, 미안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다. 윤씨는 평소 일자리가 없는 남편이 진 수천만원의 카드빚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가족들은 경찰에서 밝혔다.

연말연시나 설처럼 들뜬 분위기에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겪는 이들의 고통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경기 용인시 서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박상훈(31) 사회복지사는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에 혼자 지내는 분들이 더 외로움을 타시니까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떡과 반찬 등 후원물품을 전달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전화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김미혜 교수(사회복지)는 “이런 자살을 막으려면 경제적 지원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경제난과 질병을 동시에 겪는 독거노인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심이 지역마다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인권운동본부 쪽은 “곁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왜 그러는지 차분하고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며 “특히 자살 위험도를 높이는 술을 피하게 하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즐거운 일을 함께 하면서 곁에 있어줘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주현 유신재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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