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시끌 e세상
토요일 오후 전국의 초등학생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모았던 미국 프로레슬링(WWF)이 누리세상에서 다시 살아났다. 한 누리꾼이 왕년의 WWF스타들의 인기순위를 매겨 만든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레슬링 스타들의 얼굴도 반갑지만, 달라진 시대상황을 고려해 감각적으로 덧붙여진 수식어들과 함께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WWF계의 최민수’, ‘마초맨’, ‘절대간지’, ‘홍키 통키맨’, ‘된장녀들의 우상’ ‘밀리언 달러맨’ 등으로 새로이 생명력을 얻은 왕년의 프로레슬러들의 캐릭터는 15년이 지났지만 그 인기가 여전하다. 그 중에서도 인기순위 1위는 헐크 호간과 워리어다. 이들에겐 ‘전설 중의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미국 프로레슬링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주한미군방송의 레슬링 중계가 끝나면 전국의 안방은 “내가 헐크 호간”임을 자처하는 개구장이들의 이불 깔린 ‘무규칙 이종격투기장’으로 변했다. 한 판에 50원을 받던 동네 오락실은 레슬링게임을 하려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헐크 호간과 워리어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했다.
WWF 동영상을 보며 “매트리스 두 장 깔고 친구들끼리 레슬링 하면서 맡았던 먼지 냄새가 그립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은 지난해 작고한 고 김일 선수의 박치기를 회상하는 장년층들과 다르지 않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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