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등기부
일제 1904년 작성 서울땅 등기부 발견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이전부터 일제가 일본인 소유 건물과 토지의 등기부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주권 침탈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은 등기부 전산화 작업 도중 경성(서울)의 일본영사관이 을사늑약 전에 작성한 ‘잡지방(雜地方) 건물등기부 제4편’과 ‘주동(중구 주자동 일대) 토지등기부 제3편’(사진)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건물등기부를 보면, 한 일본인이 1904년(명치 37년) 1월 장동(현재 중구 회현동 일부) 땅 638평에 있는 19평의 목조 건물 소유권을 취득해 2년 뒤 다른 일본인에게 팔고, 그 일본인이 1907년 소유권을 남산정(남산 부근)에 있는 회사에 넘긴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토지등기부에는 주자동 땅 117평이 1905년부터 일본인 사이에서 거래된 과정이 적혀있고, 일본인 소유자들이 건물과 땅을 담보로 일본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갚은 기록도 있다. 대법원은 일본 영사관의 등기부 내용이 한일합병 뒤 조선 부동산등기령이 시행되면서 법원 등기부로 옮겨 적힌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에 발견된 건물등기부는 을사늑약에 앞서 작성돼, 일본 정부가 일찍부터 우리 땅을 침탈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대한제국 정부는 1893년부터 외국인 거주자의 토지·건물 소유관계를 증명하는 가계·지계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법원 배현태 홍보심의관은 “우리나라에도 소유권 증명 제도가 있었는데 일본영사관이 스스로 등기부를 만들어 자국 땅처럼 관리한 것”이라며 “물권을 공시하는 제도인 등기부는 국가의 주권에서 파생되는 것인데, 사용권이 아닌 소유권을 인정하고 담보권을 행사한 것은 주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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