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신상필벌로 `공무원=철밥통' 등식을 깨겠다는 서울시의 `무능.불성실 공무원 퇴출방안'이 2일 알려지자 서울시 공무원들은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 인사시스템이 핵심 방안으로 `퇴출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시 직원들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오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직원조례 때 이 같은 퇴출안을 포함한 새 인사 체계의 방향과 취지 등을 직접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은 일단 "역할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은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으나 `퇴출안'의 구체적인 기준을 놓고 서울시와 노조간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 서울시 공무원 `긴장' = 서울시 직원들은 `혹시 내가 퇴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공무원의 최대 장점은 정년 보장이었는데 이런 방패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공무원 사회도 이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조직에 건강한 자극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퇴출 공무원의 선발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직원 입장에선 다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영규 서울시 행정국장은 "전출을 신청했으나 데려가려는 부서가 없는 사람들도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실하고 유능해도 `조용한' 성격 탓에 다른 부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직원의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퇴출 대상을 선정하는 실.국장의 권한이 커져 앞으로 이들에게 더 잘 보여야한다는 점도 폐단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퇴출 대상을 고르는 합리적.객관적인 기준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노조 "좀 더 지켜보겠다"..신중한 입장 = 임승룡 서울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역할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은 것"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조 등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노조측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의 한 직원은 "설령 퇴출제가 도입돼도 그 대상이 될 만한 직원은 시에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창의시정'과 맞물린 인사 시스템을 새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나온 여러 방안 중의 하나로, 서울시가 `퇴출'에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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