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급기 도입 1년 반만에 교체계획
최재천 의원 “현 시스템도 전자여권 가능한데…”
외교부선 “앞으로 효율성·인건비 절감 등 효과 커”
최재천 의원 “현 시스템도 전자여권 가능한데…”
외교부선 “앞으로 효율성·인건비 절감 등 효과 커”
외교통상부가 전자여권 도입을 이유로, 2005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 여권발급기를 불과 1년반 만에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 여권발급기로도 충분히 전자여권을 발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 발급기 도입으로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재천 의원(무소속)은 8일 “외교부가 2003년 현행 여권시스템을 발주할 때 전자여권까지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다”며 “현 시스템에 5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전자여권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100억원 이상을 들여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전형적인 세금 낭비”라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실이 확보한 정부의 현행 여권발급기 구축제안 요청서를 보면, 입찰 조건에 “향후 전자여권으로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전자여권이란 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여권의 내부에 사용자의 얼굴과 지문, 그리고 자세한 신상명세가 담긴 칩을 넣은 것이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자여권을 2007년 12월께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2008년 중반에는 전자여권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재천 의원실 관계자는 “외교부는 앞으로 조폐공사를 통해 초대형 여권발급기 2대를 도입해 전국에 흩어진 여권제작 기능을 한 곳으로 모으겠다는 계획”이라며 “지방자치 시대에 무리하게 중앙집중 방식을 택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32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87대의 발급기로 여권을 만드는 방식을 한 곳에서 2대로 만드는 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발급기관에 자연재해나 화재가 발생하면 여권발급 기능 자체가 마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외교부는 또 여권제작 기능 자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폐공사로 넘길 방침이다. 최재천 의원실 관계자는 “여권 발급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한해 평균 1천억원이고 수익액은 6백억원이 넘는다”며 “여권발급 시스템까지 바꿔 특정업체에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업무를 이관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외교부 담당자는 “현행 방식을 도입할 때 업그레이드만 하면 전자여권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보니 새 방식을 도입하는 게 구축 비용은 많이 들어도 앞으로 효율성, 인건비 등에서 나은 면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조폐공사로 (여권 제작을) 아웃소싱하는 것도 정부 기능 효율화를 위해 결정한 것이며 수익액의 일부만 조폐공사가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석규 박민희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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