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도는 무려 226개…수입쌀 대량공세에 취약
올해 처음으로 식탁용 수입쌀이 시판되는 등 쌀 시장이 추가 개방됨에도 전국에 1200여개 브랜드(상표) 쌀이 난립하면서 소비자에게 혼선을 줘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상표 수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고 있으나, 우수 상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파워 브랜드가 없다=20일 농림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90년대 말 처음 등장한 상표 쌀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02년 말 1천개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200여개로 늘어났다. 브랜드는 가공업자나 판매업체가 임의로 만들어 쓸 수 있으며, 이 가운데 300여개만이 상표·의장등록이 돼 있다. 특히 정부가 관리하는 품질인증 쌀은 142개에 불과하다.
상표가 난립하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는 ‘파워 브랜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각종 소비자 반응 조사마다 꾸준히 인지도·충성도 등에서 이름난 쌀로 평가받는 품목은 임금님표 이천쌀과 안성마춤쌀 등 5개 정도에 불과하다. 농경연 관계자는 “엄밀하게 따져 브랜드 파워를 지닌 것은 임금님표 이천쌀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경기도는 도내 쌀 상표가 200여개 난립해 유통은 물론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보고 올해 안에 시·군별로 상표를 통합하는 등 절반 이하로 줄여갈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내에 브랜드가 226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별 대표 브랜드쌀 육성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홍보·가격 관리가 없다=지자체들은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상표 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판매가격과 소비자 희망가격이 어긋나는 등 가격 관리가 허술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는 2003년부터 전국 브랜드쌀 가운데 12개 우수 쌀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으나, 홍보가 부족해 ‘파워 브랜드’에 드는 품목은 2개뿐이다. 특히 우수 브랜드쌀 발표 시기가 연말이어서 선정 과정에 대상이 된 전년도 생산 쌀들은 이미 판매가 종료되는 시점이어서 실제 소비자 판매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우수 쌀의 품목 인지도는 높아져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기획연구부장은 “올해부터 평가 작업을 서둘러 우수 브랜드 발표 뒤 소비자들이 해당 쌀을 구입해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것”이라며 “일부 브랜드 쌀들이 해당 연도가 지난 뒤에도 계속 광고를 내보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례도 있어 관계당국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농경연이 지난해 11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반응조사에서 눈을 가린 채 시식을 한 뒤 묻는 지급 의향가격이 해남 우리쌀의 경우 4만5922원으로 소비자가격(4만1800원)보다 높은 반면 임금님표 쌀은 지급 의향가격(4만4688원)이 소비자가격(5만5천원)보다 훨씬 낮아, 소비자 만족도와 가격 설정이 과학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 관계자는 “수입쌀이 소수의 상표로 수입돼 판촉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국산쌀도 상표 소수 규모화, 고품질화, 소비자 홍보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전주/홍용덕 정대하 박임근 송인걸 김광수 기자 kylee@hani.co.kr
자치단체들 “대표쌀 키워라” 각개약진 지방자치단체들은 브랜드쌀 고품질화를 위해 생산과 관리, 판매·유통 및 광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시·군이 추천한 22개 상표와 민간 미곡처리장의 9개 상표 등 31개의 쌀 가운데 ‘한눈에 반한 쌀’(해남 옥천농협), ‘왕건이 탐낸 쌀’(나주 남평농협), ‘사계절이 사는 집’(영광 백수농협), ‘드림생미’(나주 동강농협), ‘천명’(강진농협) 등 10개 상표를 최우수쌀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전남도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도농업기술원과 한국식품개발원 등 3개 기관에 의뢰해 쌀의 수분·색깔·투명도, 단백질·아밀로스 등 성분과 쌀밥의 향과 맛 등 각종 항목에 대해 매긴 종합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이 ‘10대 쌀’은 농림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3~9월에 공동으로 여는 12개 전국 최우수 쌀 선정 대회에 이달 초 전남 대표로 출품됐다. 또 해남 옥천농협은 ‘한눈에 반한 쌀’의 고급 이미지를 위해 이물질 선별기로 ‘살아 있는 쌀알’을 고른다. 나주 동강농협도 ‘왕건이 탐낸 쌀’의 종자 관리를 위해 농협 직원이 200평의 땅에 직접 농사를 지어 받은 볍씨를 우수 계약농가에 나눠주고 있다. 울산 울주군 단위농협과 농민들이 3~5년 전부터 개발한 오리쌀·우렁이쌀·황우쌀(쌀겨농법) 등 세 가지의 친환경 쌀은 일반 쌀보다 10~20%쯤 비싸지만 생협 등 소비자단체와의 연간 계약을 통해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가고 있다. 울주군은 친환경 쌀 생산에 필요한 각종 농자재와 상표 개발비 등을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는 ‘최고 밥맛’ 명성을 잇기 위해 논의 유기물과 유효 규산 함량은 높이고 질소질 비료 사용량은 줄이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키토산과 목초액 등 친환경 농자재 지원을 늘리고 품질보증 쌀에 이물질이나 저품질 쌀이 섞이지 않도록 특별 관리한다. 충남도는 도 공동 상표인 ‘청풍명월’을 비롯해 △황금빛 노을쌀(태안) △맑은쌀(아산) △해나루쌀(당진) △둔포갯벌추청쌀(아산) △기러기 오는 쌀(서산) 등 160여개의 브랜드쌀이 출시되고 있다. 경기미의 쌀 상표는 모두 200여개로, 이 중 이천시의 ‘임금님표쌀’과 김포시 ‘김포금쌀’, 화성시의 ‘햇살들이쌀’은 공중파 및 지역 유선방송을 통한 정기적인 광고로 상표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수원 광주 대전 울산 /홍용덕 정대하 송인걸 김광수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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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농경연이 지난해 11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반응조사에서 눈을 가린 채 시식을 한 뒤 묻는 지급 의향가격이 해남 우리쌀의 경우 4만5922원으로 소비자가격(4만1800원)보다 높은 반면 임금님표 쌀은 지급 의향가격(4만4688원)이 소비자가격(5만5천원)보다 훨씬 낮아, 소비자 만족도와 가격 설정이 과학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 관계자는 “수입쌀이 소수의 상표로 수입돼 판촉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국산쌀도 상표 소수 규모화, 고품질화, 소비자 홍보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전주/홍용덕 정대하 박임근 송인걸 김광수 기자 kylee@hani.co.kr
자치단체들 “대표쌀 키워라” 각개약진 지방자치단체들은 브랜드쌀 고품질화를 위해 생산과 관리, 판매·유통 및 광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도는 최근 시·군이 추천한 22개 상표와 민간 미곡처리장의 9개 상표 등 31개의 쌀 가운데 ‘한눈에 반한 쌀’(해남 옥천농협), ‘왕건이 탐낸 쌀’(나주 남평농협), ‘사계절이 사는 집’(영광 백수농협), ‘드림생미’(나주 동강농협), ‘천명’(강진농협) 등 10개 상표를 최우수쌀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전남도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도농업기술원과 한국식품개발원 등 3개 기관에 의뢰해 쌀의 수분·색깔·투명도, 단백질·아밀로스 등 성분과 쌀밥의 향과 맛 등 각종 항목에 대해 매긴 종합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이 ‘10대 쌀’은 농림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3~9월에 공동으로 여는 12개 전국 최우수 쌀 선정 대회에 이달 초 전남 대표로 출품됐다. 또 해남 옥천농협은 ‘한눈에 반한 쌀’의 고급 이미지를 위해 이물질 선별기로 ‘살아 있는 쌀알’을 고른다. 나주 동강농협도 ‘왕건이 탐낸 쌀’의 종자 관리를 위해 농협 직원이 200평의 땅에 직접 농사를 지어 받은 볍씨를 우수 계약농가에 나눠주고 있다. 울산 울주군 단위농협과 농민들이 3~5년 전부터 개발한 오리쌀·우렁이쌀·황우쌀(쌀겨농법) 등 세 가지의 친환경 쌀은 일반 쌀보다 10~20%쯤 비싸지만 생협 등 소비자단체와의 연간 계약을 통해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가고 있다. 울주군은 친환경 쌀 생산에 필요한 각종 농자재와 상표 개발비 등을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는 ‘최고 밥맛’ 명성을 잇기 위해 논의 유기물과 유효 규산 함량은 높이고 질소질 비료 사용량은 줄이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키토산과 목초액 등 친환경 농자재 지원을 늘리고 품질보증 쌀에 이물질이나 저품질 쌀이 섞이지 않도록 특별 관리한다. 충남도는 도 공동 상표인 ‘청풍명월’을 비롯해 △황금빛 노을쌀(태안) △맑은쌀(아산) △해나루쌀(당진) △둔포갯벌추청쌀(아산) △기러기 오는 쌀(서산) 등 160여개의 브랜드쌀이 출시되고 있다. 경기미의 쌀 상표는 모두 200여개로, 이 중 이천시의 ‘임금님표쌀’과 김포시 ‘김포금쌀’, 화성시의 ‘햇살들이쌀’은 공중파 및 지역 유선방송을 통한 정기적인 광고로 상표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수원 광주 대전 울산 /홍용덕 정대하 송인걸 김광수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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