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주요 유괴 사건
전화감청 30초면 위치파악…CCTV 감시망도 촘촘
인천 초등학생 유괴사건의 범인이 피해자 박아무개(8)군을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범인은 박군을 살해하면서까지 완전범죄를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괴범은 반드시 붙잡힌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영화 <그놈 목소리>의 소재가 된 이형호군 유괴사건은 미제로 남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사건은 몰라도 유괴사건의 범인은 웬만하면 잡힌다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드시 잡힌다=
지난해 일어난 어린이·청소년 납치·유괴 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이 가운데 10건(83.3%)은 범인이 검거됐다. 1990년 이후 언론에 주요하게 보도된 유괴사건 40건 가운데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경우는 3건뿐이다. 김원배 경찰청 범죄수사연구관은 “공식 통계는 없으나, 1980년대부터 지켜볼 때 유괴사건의 검거율은 99%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거율이 높은 까닭은 뭘까? 이상현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대부분 유괴는 전문 범죄자보다 초범들이 저지르다 보니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현호 경찰대 교수(경찰학)도 “범인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는 유괴가 별다른 범죄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돈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붙잡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대응도 여느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경찰청 윤외출 강력계장은 “유괴사건의 경우는 관할 경찰서의 모든 외근 인력이 동원되고 해당 지방경찰청과 인접 지방경찰청까지 상황 대비에 들어가도록 매뉴얼에 규정돼 있어 경찰 대응의 강도가 가장 세다”고 말했다.
범인은 늘 피해 가족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규문 경찰청 강력계장은 “세상에 알려진 유괴사건 피해자 가족의 거의 100%가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수사 단서는 어디서?=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 집을 관할하는 전화국에 긴급 감청 장비를 설치한다. 범인이 공중전화를 쓰더라도 해당 전화기 위치를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직원들에게 알리는 데 채 30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협박전화를 건 지점을 추적해 이곳을 찍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확인한 게 결정적 단서가 됐다. 이씨의 견인차가 찍혀 있었던 것이다. 번호판까지 식별해 내지는 못했지만 범퍼의 금색 치장이 눈에 띄어 이씨의 차를 특정할 수 있었다. 범죄예방 효과와 인권 침해 사이에서 찬반 논란을 빚고 있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범인 검거에서는 톡톡히 효과를 증명한 셈이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지난해 7월 현재 전국적으로 방범용 1853대, 교통정보 수집용 907대, 지자체가 관리하는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용 등 2532대를 합쳐 모두 5300대 가량이 작동 중이다. 개별 아파트와 건물에 달린 것까지 치면 수는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전종휘 김기태 기자, 김지은 신소영 수습기자 symbio@hani.co.kr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 집을 관할하는 전화국에 긴급 감청 장비를 설치한다. 범인이 공중전화를 쓰더라도 해당 전화기 위치를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직원들에게 알리는 데 채 30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협박전화를 건 지점을 추적해 이곳을 찍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확인한 게 결정적 단서가 됐다. 이씨의 견인차가 찍혀 있었던 것이다. 번호판까지 식별해 내지는 못했지만 범퍼의 금색 치장이 눈에 띄어 이씨의 차를 특정할 수 있었다. 범죄예방 효과와 인권 침해 사이에서 찬반 논란을 빚고 있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이 범인 검거에서는 톡톡히 효과를 증명한 셈이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지난해 7월 현재 전국적으로 방범용 1853대, 교통정보 수집용 907대, 지자체가 관리하는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용 등 2532대를 합쳐 모두 5300대 가량이 작동 중이다. 개별 아파트와 건물에 달린 것까지 치면 수는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전종휘 김기태 기자, 김지은 신소영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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