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학벌 좋은 학원강사를 찾는 학부모와 학생의 심리를 이용해 가짜 졸업장으로 유명 대학 출신 행세를 해온 학원 원장과 강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자신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라고 속이고 이 학교 졸업장을 위조한 혐의(문서 위조 및 행사)로 서울 홍제동 ㄷ입시학원 원장 이아무개(40)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혐의로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ㄷ대학교 일어일문학과 4학년 중퇴 학력의 이씨는 1999년 서울시내 입시학원에 국어 강사로 취업하면서 자신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출신이라고 속인 데 이어, 2002년 다른 학원으로 자리를 옮길 때는 심부름센터에 350만원을 주고 가짜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학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는 2004년에는 ㄷ학원을 설립해 자신을 강사로 등록하면서 졸업증명서를 또 위조했다. 이 학원은 현재 150여명의 수강생을 두고 한달에 8천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의 ㅈ학원과 강남 ㅈ학원 등 유명 학원의 강사들도 졸업장 위조 혐의를 받고 있다. 용산 ㅈ학원 이태원지점에서 과학 과목을 가르친 손아무개(35)씨는 2년제 ㅅ대학을 다니다 제적됐으나, 연세대를 졸업한 처남의 졸업증명서를 컴퓨터로 위조한 뒤 2003년부터 강사 생활을 해 왔다. 고졸이 학력의 전부인 강남 ㅈ학원의 서아무개(60) 강사도 1984년 고려대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그동안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학원가에 가짜 졸업장이 판친다는 첩보를 듣고, 서울시내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졸업했다고 주장하는 학원강사 4천명의 졸업증명서를 제출받아 이를 세 대학에 확인한 끝에 이들을 적발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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