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이화여대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인터뷰
"쥐를 잡으려면 고양이도 필요하고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 중요한데 쥐가 나오는 곳에 고양이가 있으니 고양이부터 없애자는 것은 인과 관계가 뒤집힌 것이지요" 22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의 `3불정책 폐지론'을 비판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학입시 문제의 책임은 교육부의 3불정책이 아니라 대학의 이기주의적인 태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조 전 수석은 "대학이 신입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얻으려면 먼저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전 수석과의 일문일답.
-- 3불정책에 관한 글을 올린 이유는.
▲ 3불정책 폐지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쓰고 있는 중인데 최근 여론이 너무 거세져 중간에라도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쥐를 잡으려면 고양이도 필요하고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 중요한데 쥐가 나오는 곳에 고양이가 있으니 고양이부터 없애자는 것은 인과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 3불정책을 왜 고수해야 한다고 보나.
▲ 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인교육이다. 지식 학습만 공부인줄 아는데 교육기회의 균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으면 안 된다. 예전에는 다 어렵게 살았으니 성적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사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입시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일부 서울대 교수들이 "어려운 본고사를 내야 시골의 못사는 아이들도 입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3불정책을 지키는 가운데 빠진 부분만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보완해야할 부분이란 어떤 것인가.
▲ 내신을 중심으로 하고 수능을 통해 보완하는 입시제도를 미국에서 들여왔으나 지역할당이라는 입시 철학은 도입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성적만 가지고는 대학에 갈 수 없다. 저소득층이나 이민자 등 사회 약자들이 가산점을 받아 오히려 대학 가기가 쉽다. 우리 대학들도 그런 부분을 도입해야 하는데 외국어고 등 우수학생만 데려가려고 한다. -- 주로 서울대를 비판했는데. ▲ 서울대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이런 입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서울대가 지역할당으로 30%를 뽑는다고 하지만 수능 커트라인 점수가 높아 대부분 수도권 학생들이라고 한다. 어떤 학생을 데려놓아도 잘 가르치는 것이 대학의 역할 아니냐. 서울대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야 한다는 환상을 깨야 한다. 그렇게 훌륭한 교수가 있고 국가 지원을 받는 서울대라면 아무나 데려가도 잘 키워야 한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오늘 3불정책 폐지와 대학의 자율권을 언급했는데. ▲ 우리 대학이 미국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면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성인이 아니라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어린애와 같다.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인지 청사진부터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은 뒤에야 자율권을 얻을 수 있다. -- 현재 집필하고 있는 책은 어떤 내용을 담나. ▲ 참여정부가 좋은 제도를 들여놓고 정신을 도입하지 못해 문제다. 초.중.고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등 교육정책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절반 정도만 써놓은 상태로 9월 새 학기에 맞춰 내려고 한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 내신을 중심으로 하고 수능을 통해 보완하는 입시제도를 미국에서 들여왔으나 지역할당이라는 입시 철학은 도입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성적만 가지고는 대학에 갈 수 없다. 저소득층이나 이민자 등 사회 약자들이 가산점을 받아 오히려 대학 가기가 쉽다. 우리 대학들도 그런 부분을 도입해야 하는데 외국어고 등 우수학생만 데려가려고 한다. -- 주로 서울대를 비판했는데. ▲ 서울대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이런 입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서울대가 지역할당으로 30%를 뽑는다고 하지만 수능 커트라인 점수가 높아 대부분 수도권 학생들이라고 한다. 어떤 학생을 데려놓아도 잘 가르치는 것이 대학의 역할 아니냐. 서울대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야 한다는 환상을 깨야 한다. 그렇게 훌륭한 교수가 있고 국가 지원을 받는 서울대라면 아무나 데려가도 잘 키워야 한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오늘 3불정책 폐지와 대학의 자율권을 언급했는데. ▲ 우리 대학이 미국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면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성인이 아니라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어린애와 같다.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인지 청사진부터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은 뒤에야 자율권을 얻을 수 있다. -- 현재 집필하고 있는 책은 어떤 내용을 담나. ▲ 참여정부가 좋은 제도를 들여놓고 정신을 도입하지 못해 문제다. 초.중.고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등 교육정책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절반 정도만 써놓은 상태로 9월 새 학기에 맞춰 내려고 한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