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강동원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공기업 관행 비판 책 내
“낙하산이지만 일로써 승부”
‘신이 내린 직장’으로 조롱받고 있는 정부투자기관의 현직 감사가 반칙이 판치는 현장의 문제를 신랄히 고발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감사인 강동원(54)씨는 최근 펴낸 〈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공기업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규정 위반을 조곤조곤 파헤쳤다.
책엔 부임 뒤 겪었던 황당한 사례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막 부임해 감사실 회의를 정례화하려니까 회의가 처음이라고 한다. 규정대로 하자고 했더니 전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칙 아니냐고 했더니 관행이라고 대꾸한다.” 부임하고 그가 들은 첫마디가 “감사님은 감사실장이 하자는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전임 감사들의 족적을 찾아보려고 자료를 요청했으나 기록이 전혀 없었다. 이사회 등 중요 회의 발언록도 받을 수 없었다. 중요 문서를 파기한 사례도 확인했다.
그에 대한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뇌물수수 관련자들에게 파면, 해임,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더니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으로 맞섰다. 누군가의 투서로 감사원 특별조사본부 특별감사까지 받아야 했다.
“몸서리쳐질 만큼 처절하고 고독했다. 말동무도,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왕따’ 신세였다. 일반 직원들까지 불신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결국 그는 지난해 3월10일 취임 첫날부터 일기 쓰듯 기록해둔 ‘감사일기’를 통째로 내부 인터넷망에 올렸다. 공사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처리와 잘못된 관행, 규정 위반을 날짜별로 꼼꼼히 기록해둔 것이었다. 직원들에게 공사의 객관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자는 취지였다. 인터넷망을 통해 직원들의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후 그를 대하는 직원들의 눈빛이 조금씩 살가워지기 시작했다. 공사 전반의 분위기도 차츰 변했다.
이사와 지사장, 해외지사장 이상 임원의 결재 문서를 감사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새로운 감사시스템도 도입했다.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낸 상태다. 그의 노력 덕택인지 농수산물유통공사는 국가청렴위원회 청렴도 측정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총리실 표창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와 노무현 대통령 경선 조직팀에서 활동했던 그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감사가 됐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나는 낙하산이 분명하다. 하지만 놀고먹으며 공기업을 말아먹는 무능한 감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그는 지금도 꼬박꼬박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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