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어도… 택시로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분당 새도시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실종된 항공사 여승무원(<한겨레> 21일치 9면)이, 실종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특히 경찰은 여승무원이 실종된 지 5시간만에 신용카드로 현금 100여만원이 인출되는 등 범죄의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큰 데도, 단순히 ‘미귀가자’로 분류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성남 국도변 제설함서 목졸려
경찰 늑장 공조 범인검거 때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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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검 발견=21일 오전 10시15분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갈현동 3번 국도(성남~광주) 늘봄삼거리에서 성남시 영생사업소(화장장) 사이 모래제설함 안에 지난 16일 실종된 항공사 여승무원 최아무개(26·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씨가 숨져 있는 것을 환경미화원 강아무개(55)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최씨는 가로 113㎝, 세로 89㎝ 높이 70㎝ 크기의 플라스틱 제설함 안에 실종당시 입고 있던 검정색 가디건과 청바지 등을 입고 웅크린 채 숨져 있었으며, 목 주변에는 손 자국으로 추정되는 멍이 남아 있었다.
◇ 미적거린 경찰=분당경찰서는 최씨가 실종된 지 13시간만인 16일 오후 2시께 가족들한테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최씨 가족들은 “16일 오후 2시 스페인 마드리드행 비행스케줄 때문에 집에 돌아와야 한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17일 오전까지 가출이나 단순 미귀가로 파악했다. 특히 경찰은 실종 5시간여 뒤인 16일 오전 6시40분께 성남 중원구 금광동 신구대학 주변 현금인출기에서 최씨의 신용카드로 100여만원이 인출된 뒤에도 17일 오전까지 수사본부도 차리지 않는 등 초동수사 시기를 놓쳤다. 이후에도 용의자는 17일 오후 6시에서 20일 새벽 4시 사이 안산시 고잔동·안산역 국민은행 지점,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 등의 현금지급기에서 모두 20여차례에 걸쳐 최씨의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800여만원을 빼내 달아났다. 또 분당경찰서가 이처럼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공조수사를 벌여야 할 성남 중부·남부서 등에서는 17일 오후가 돼서야 최씨의 모습이 담긴 전단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경찰은 일선 지구대에도 실종 신고 나흘만인 19일 오전 0시40분께야 ‘납치 의심 미귀가자 사건’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 앞으로 수사는?=경찰은 최씨의 신용카드로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감색 운동복·벙거지 모자, 흰색 마스크를 걸친 키 175㎝ 가량의 남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최씨가 차량으로 납치된 뒤 살해돼 제설함에 버려진 점으로 볼 때 용의자가 2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최씨에 대한 부검을 맡기기로 했다. 진해 여승무원 살해 용의자 3명 영장 ◇ 여승무원 수난=한편 이날 경남 진해경찰서는 귀가중인 항공사 여승무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등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로 김아무개(31)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은 지난 12일 새벽 1시40분께 부산 금정구 남산동 주택가 골목에서 한 항공사 여승무원 정아무개(27)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정씨의 현금과 휴대전화 등 77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진해경찰서는 이들이 분당의 여승무원 최씨 살해 사건에 관련됐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두 지역의 거리가 먼 데다, 정씨 사건의 경우는 용의자 김씨 등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일단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성남/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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