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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시 3% 퇴출, 업무 긴장-위축 ‘양날의 칼’

등록 2007-04-04 19:40수정 2007-04-04 23:47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 102명을 확정한 4일 서울시청에서 ‘하이 서울’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유리문 너머로 공무원들이 오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 102명을 확정한 4일 서울시청에서 ‘하이 서울’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유리문 너머로 공무원들이 오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직원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충성도는 떨어져”
“직원들이 서로 ‘나는 다음번 3% 대상’이란 말을 할 정도로 긴장하고 일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떨어지고 위축됐다.”(서울시 본청 7급 공무원 ㅇ씨)

“대화가 사라졌다. 불안감에,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도 못하는 형편이다.”(서울시 사업소 8급 공무원 ㄱ씨)

직원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로…충성도는 떨어졌다”
장애인·입원자 쫓겨날 뻔·내부고발자 후보올라 논란
‘무능한 지휘·잘못된 인사 평가’ 간부 책임은 안물어

‘3% 퇴출’ 신드롬을 일으킨 서울시의 ‘현장시정추진단’ 대상자가 드러나면서 이 제도의 득실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공무원 조직의 병폐에 수술칼을 들이댄 점을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하위직과 약자만 퇴출로 내몰았다’는 반발도 거세다.

서울시는 퇴출 제도 도입을 무사안일과 불성실을 타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빨리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뀌어, 퇴출 시스템이 조기에 종료되기를 바란다”며 “(무능한 직원은) 한번은 빠져나가도 결국은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퇴출 바람이 불면서 공무원 조직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근무시간에 흡연실이나 체력단련장에서 직원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끼리 “요즘 모두 올빼미처럼 늦게까지 남아 있어 …”라고 쑥덕일 정도다.


성희롱 논란을 부른 사람 등이 현장시정추진단에 포함되면서 “될 사람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한 국장급 간부는 “노조 쪽에 일부 명단을 얘기했을 때 문제 인사라고 수긍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퇴출 시스템의 허점도 안팎에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대국민 공적 서비스를 ‘성과’로만 재단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국장급 간부는 “성과나 경쟁력을 잣대로, 시민을 위해 일하는 행정서비스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대안이 없어 이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장급 간부 역시 “하위직들의 공과에는 간부의 책임이 크다”며 “책임이 약한 이들을 내보내는 것은 무리”라고 혹평했다.

후보 선정에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두 명의 간부는 직원 투표로 퇴출 후보를 추리려다가 직위해제를 당했다. 인사권자들은 퇴출 잣대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고, 일부는 사회적 약자를 퇴출 후보로 돌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구제됐지만 장애인 6명, 입원환자 3명 등 25명이 추진단에 포함될 뻔했다.

여기에 내부고발자가 퇴출 후보로 올라 조직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키웠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입찰 비리를 신고했던 한 공무원도 이번 현장시정추진단에 포함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는 “퇴출 시스템이 내부 고발을 더욱 어렵게 했다”며 “이것은 줄세우기”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퇴출 명단을 작성한 인사권자에 대한 문책이 미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권영규 행정국장은 “인사권자가 적어낸 퇴출 후보가 이후 구제되더라도 인사권자의 책임을 따로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한 인사권자에게는 100% 책임을 묻겠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남궁근 서울산업대 교수(행정학)는 “방향은 틀리지 않지만 3% 할당은 절대 평가의 방법이 없어 우격다짐식이었다”며 “한해 정도 지나면 그 영향이 드러날 테지만, 현장시정추진단에 따른 후속 조처가 완벽하지 않으면 이벤트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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