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구성원 서로 모르는 등 비결합체”
마이클 장 징역 9년 선고…변호인·검찰 “항소”
마이클 장 징역 9년 선고…변호인·검찰 “항소”
북한에 국가기밀을 넘기기 위해 옛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만들었다는 ‘일심회’는, 이적성은 인정되지만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는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심회를 ‘간첩단’으로 규정했던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발언 및 ‘이적단체’로 기소한 검찰의 수사결과와는 다른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재판장 김동오)는 16일 일심회를 구성해 북한을 찬양하는 등의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장마이클(45·장민호)씨에게 징역 9년 및 자격정지 9년을 선고했다. 장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이정훈(44)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과 손정목(43)씨는 징역 및 자격정지 6년, 이진강(44)씨는 징역 및 자격정지 5년, 최기영(40) 민주노동당 전 사무부총장은 징역 및 자격정지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심회는 자체 강령·규율 등이 없었던 점, 장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서로 같은 조직 구성원인지도 모르고, 일심회라는 조직의 명칭도 몰랐던 점 등에 비춰 일정한 위계 및 분담 등의 체계를 갖춘 결합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적단체 구성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10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심회 사건은) 명백한 간첩단 사건”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이들을 기소하면서 법률용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첩단’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상급조직원이 하급조직원을 여러 명 두되, 하급 조직원들은 서로 알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식의 ‘단선연계 복선포치형’ 이적단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일심회의 국가기밀 전달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이미 언론에 공표돼 국가기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상당 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2005년 4월 박경식(구속기소)씨한테서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친일청산의식과 국가보안법의식’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대해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없어 기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장씨가 손씨 등으로부터 받은 ‘민노당 최고위원 선거 이후 중앙당 동향’, ‘민노당 비대위 1차 회의록’, ‘민노당 최고위원 선거동향’, ‘북한핵실험 등 현 정세 대응방안’ 등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수할 수 없는 자료는 국가기밀로 분류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탈출·회합·잠입·통신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휴대용 저장장치(USB)나 플로피디스켓 등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들의 증거능력은 인정했으나, 변호인의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모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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