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분들께 고합니다’
초등생 ‘부실 배식’ 인터넷 달궈
“우리집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이가 수학여행서 찍어온 식판 사진입니다. 비빔밥이라고 하는데 비벼지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blogbbs1.media.daum.net)에 올라온 ‘경주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분들께 고합니다’라는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두 아들 아빠’란 이름의 한 누리꾼은 이 글에서 아들이 찍어온 부실한 4500원짜리 식판 사진(사진)을 공개하며 경주 수학여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글에서 “30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도 거의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쟁반에 식판을 엎어 버린 기억이 새롭다”며 “경주는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수학여행이 아니라 개밥을 먹이는 극기훈련입니까?”라고 반문하며 “그만큼 해먹었으면 이제는 좀 정신을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여행은 먹는 즐거움도 중요한데 이런 잘못된 일이 아직까지도 벌어지고 있어서 기가 막힌다”며 “고교 때 수학여행 이후 경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으며 이젠 신라까지 싫더군요.”라고 말을 마쳤다. 그는 이 글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진위 논란이 일자 “2박3일 동안 같은 숙소에서 식사를 했고, 자율배식이 아닌 주는 대로 받는 배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처음 올라온 이 글은 17일 현재 조회수 53만여회에 250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들은 대부분 “노인 무료급식을 실시하는데 밥, 국, 4찬에 생협한우 육류를 사용해도 1800원인데…”라거나, “편의점에서 김밥 4줄 사먹겠다.” 등 공감을 나타내는 글이 많았다. 심지어 “경주 수학여행을 피하자”거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간식을 많이 먹은 아이들이 자율배식에서 밥을 조금씩 떠온 것”이라거나 “경주 생활 20년에 저런 식단은 본 적이 없다”는 등 사진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주시 위생과는 “자율배식을 하면 어린이들이 많이 남기게 돼 조금씩 배식하고 모자랄 경우 더 갖다 먹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업소의 문제로 경주관광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업소 대표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자정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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