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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코메리칸 자신감’ 제2의 조승희 막는다

등록 2007-04-20 18:21

임계순 미주한인상공인연합회장
임계순 미주한인상공인연합회장
한국 방문한 임계순 미주한인상공인연합회장
27살 건너가 ‘맨주먹’ 성공
“조씨 참극 남 일 같지 않아”
자긍심 심는 인성교육 필요
국외진출 회사·인재 돕기 주력

1972년 도착한 미국 미시시피에선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 한 명도 마주치기 힘들었다. 백인들의 아파트에 집을 얻기는커녕, 백인들의 식당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큐클럭스클랜(KKK)단이 며칠 전부터 행진한다고 거리방송을 하면 흑인들이 두려움에 떨며 동네에서 싹 자취를 감추던 시절. 27살의 청년이 주먹에 쥔 것은 아는 사람의 돈신부름을 해주고 받은 50달러뿐이었다.

임계순(62) 미주한인상공인 총연합회 회장의 시작은 많은 이민 동포들이 그러하듯 이렇게 ‘맨주먹’이었다. 무작정 일을 달라고 매니저를 찾아가 시작한 시계 세공 일부터 가발가게, 옷가게, 식당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주말이면 흑인 종업원들과 함께 트럭에 옷을 가득 싣고 먼지 나는 길을 달려 허름한 나이트클럽에서 패션쇼를 열고 옷가게를 선전하곤 했다. “태어나서 아시아인을 처음 본다는 은행장을 무작정 찾아가 대출을 부탁했어요. ‘한가지 일념에 잡히면 끝까지 해내는 게 아시아인이다. 내게 대출해주면 나중에 정말 자랑스러울 거다’라고 진심으로 설득했더니, 그 백인이 보증을 서서 5천달러를 꿔주더라고.” 80년대 이후 아칸소주의 개발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제조·부동산 등 수많은 기업을 거느리는 한편, 100만여 미주 한인상공인들의 대표직까지 맡게 됐다.

이민자로서 임 회장은 최근 조승희씨 사건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사실 우리 같은 이민자들에겐 자기 자식처럼 느껴져요. 극단적인 형태였지만 제2, 제3의 조승희는 잠재되어 있어요.” 그는 자신의 오늘날을 있게 해준 미국인들에게 늘 감사하지만 “이번 비극의 원인 가운데엔 분명 미국 사회도 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헤이, 오리엔탈’, ‘너희 나라로 가!’ 이런 구박과 멸시가 차곡차곡 쌓여봐요.”

그는 한국 정부에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어렸을 땐 학교서 노랑머리를 그리던 애들이 중·고교에 가면 검은 머리를 그려요. 자기가 코리안아메리칸이란 걸 깨닫기 시작하는 거죠. 이런 2세, 3세들에게 한국이 해줄 건 한글교육이 아니에요. 영어로 말하면 어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같은 걸 재외공관이 하도록 해야 해요.”

임 회장은 18~19일 서울에서 열렸던 재외동포재단 주최 11차 리딩 시이오(CEO)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2002년 시작한 세계한상대회 등을 통해 동포 사업가들의 네트워크도 단단해졌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는 그는 얼마 전 경북 포항에 ‘글로벌 전략연구소’를 만들었다. 여기서 펴낼 월간지는 국외기업들에 투자정보를 알려주는 한편, 국외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회사나 인재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몇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리딩 시이오 포럼을 했는데 정말 돈이 되는 일이 눈에 막 보이더라고. 실업문제다 뭐다 하면서 한국에만 갇혀 있는데 좀 넓게 봐야 해요. 인력진출을 엘리트 위주로만 생각할 게 아니에요. 지금 세계에는 할 일이 넘쳐요.”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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