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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실한 재난관리시스템이 재난 키운다

등록 2007-04-20 20:36

희망제작소 부설 재난관리연구소 창립기념 심포지움이 20일 오후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남희 서울여자간호대 교수가 강원도 지역의 자연재난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희망제작소 부설 재난관리연구소 창립기념 심포지움이 20일 오후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남희 서울여자간호대 교수가 강원도 지역의 자연재난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재난관리연구소 심포지엄…구호품 쟁탈·우울증 심각
신고체계 통합·물질구호 넘어 일상 삶 복귀 치료 필요
#1 인구 4만5223명인 강원도의 한 군. 지난해 큰물 때 ‘물이 산으로 올라갔다’. 죽음의 공포. 휩쓸려간 농경지에 흙을 채우느라 마을 한가운데 버티고 있던 야산을 허물었다. 사람들을 할퀸 충격은 물이 빠지고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다.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들의 몫까지 가져간다.’ 구호품은 쟁취의 대상이 됐다. 경제적 터전을 잃은 농민은 자살하고, 남의 집 숟가락까지 헤아리던 이웃은 등지고 돌아선다. 마을은 우울증에 빠져든다. 홍수는 모두의 정신마저 익사시킨 듯하다.

#2 경남의 한 도시. 한밤 화재 경보음이 동네를 깨웠다. 휴대전화로 서둘러 119에 신고를 넣었다. 그러나 신고는 ㅊ소방서에서 ㄷ소방서로 돌고 돌았다. 신고체계가 통합되지 않은 탓이다. 소방대원이 출동한 것은 ‘무려’ 18분 뒤. 불이 나고 최초 5분은 생명의 시간이다.

#3 2005년 4월5일 강원 양양의 천년고찰 낙산사가 훨훨 타올랐다. 인근의 산불을 본 사바대중이 힘을 합쳐 소화기를 사날랐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불붙은 낙산사는 다음날 새 한마리 찾지 않는 검댕으로 변했다. 건물 22채와 동종 등 문화재를 잃었다. 2004년에만 전국의 사찰 66곳에서 불길이 올랐다.

최근 4년간 자연재난 이재민(사망자)수
최근 4년간 자연재난 이재민(사망자)수

한국의 재난은 이런 식으로 온다. 재난에 가까운 한국 재난관리시스템을 시민사회가 바로세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희망제작소는 20일 재난관리연구소(소장 이재은 충북대 교수)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개소 기념으로 이날 열린 심포지엄에서부터 비판과 대안이 쏟아졌다.

지난해 강원도를 휩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주민 311명을 심층면접한 최남희 서울여자간호대 교수(간호학)는 “인재와는 달리 자연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몰라 혼란과 자책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우울증 의심자가 70%에 이르렀다. 재난지역에 투입된 공무원도 48명을 조사해보니 35% 정도가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었다. 최 교수는 “물질적 구호 차원을 넘어 포괄적인 삶으로의 복귀를 위한 심리치료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고시스템 통합을 위한 제안도 나왔다. 양기근 경남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19 신고체계가 통합되지 않은 강원, 경남, 경북, 전남, 경기 지역은 휴대전화로 신고할 경우 관할 소방서 대신 기지국과 가까운 소방서로 연결돼 혼선을 빚는다”며 “유선전화든 휴대전화든 본부로 신고가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의 경우 지난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신고 비율이 6대 4 정도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토목공학)는 “전통사찰은 목재로 지어진데다 전기설비를 갖추면서 화재 가능성이 부쩍 늘었지만 문화적 가치 훼손 탓에 일반건축물에 적용되는 소방법을 따르기 힘들다”며 화재자동탐지기 등 설치와 함께 별도의 소방법 마련을 제안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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